인공지능 수술·자율주행차 사고 나면 누구에게 소송하나요?

법무부 '인공지능 사회 대비한 민사법 과제' 연구용역

인공지능(AI)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판단하며 로봇 팔로 집도한 수술에서 의료사고가 난다면, 환자와 가족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야 할까.

최근 바둑계를 '은퇴'하며 50개의 기보를 남긴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가 차후 이들 기보의 상업적 이용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AI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리라는 예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자연인과 법인만을 법적인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인정하는 현행 법체계로는 포괄하기 어려운 문제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이에 대비해 법체계를 손질할 준비에 나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인공지능 사회를 대비한 민사법적 과제'를 주제로 한 연구용역 수행자를 모집하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인공지능은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인간의 작업도구라는 기능을 넘어서 배우고 판단하는 학습능력을 갖추기에 이르렀다"며 "인간이 컴퓨터를 통제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로 논의된 기존의 법리는 인공지능 사회에서 수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제는 AI가 어느 정도까지 의사 형성·판단을 맡을 수 있는지, AI의 역할을 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지, 나아가 AI에게 책임을 지우기 위해 권리능력을 인정할 것인지 등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리능력이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이다. 민법은 자연인과 법인에만 권리능력을 인정한다.

예를 들면 동물은 권리능력이 없어서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애완견의 죽음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애완견의 위자료 청구는 배척하고, 주인에게만 위자료 지급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반대로 애완견이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 책임은 소유자가 지게 된다.

AI의 경우는 책임 소재가 모호한 점이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서 꾸준히 지적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다. 보험업계 등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낸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소유주와 제조사, 프로그래머 등 누구에게 지워야 하는지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AI가 집도한 수술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문화콘텐츠 부문에서도 AI가 노래나 그림 등을 창작한 경우 지적재산권을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 혹은 AI가 창작한 작품에 대해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표절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가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AI가 만든 음악이나 일러스트 등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AI 전문가인 권대석 박사는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이나 알파고 등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을 '약인공지능(weak AI)'이라고 부르는데, 약인공지능의 적용 범위가 심화하고 확대됨에 따라 5년 이내에 이러한 논란이 실제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법무부가 이에 대처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권 박사는 "나아가 사람처럼 인격이나 감성을 지니고 인간이 하는 일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을 '강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출현하는 시기도 예전에는 2040년께로 예상했으나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 경우 여기에 인권을 부여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가 지적재산권을 행사하거나 법적인 잘못에 책임을 지도록 할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향후 인공지능의 의사 표시와 행위 책임 등과 관련해 예상되는 법률문제와 해결 방안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