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회담 분위기는 좋았지만…트럼프 무역분야 맹공
전날인 29일(현지시간) 환영 만찬에 이어 30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진 단독 회담과 확대회담까지, 1박 2일 간의 정상회담 분위기는 좋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만찬이 끝난 뒤에는 "좋은 만남이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회담 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가 아주 아주 좋다"고 말하는가 하면, '케미스트리(호흡)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또 제제와 대화를 병행하는 방식을 통해 핵동결을 시작으로 핵폐기까지 단계적으로 대응하자는 우리 측 북핵 해법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낸 것도 큰 성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사드 문제는 아예 공동 성명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고, 대신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강조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통상 문제를 놓고는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세질 것이 예상된다. 특히 한미FTA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과 경쟁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서명한 협정이라는 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를 '일자리 킬러' 또는 '끔찍한(horrible) 무역거래'라고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도 "2011년에 체결된 한미 무역협정에 누가 체결했는지 우리는 2016년(미 대선)에 알게 되었다"면서 우회적으로 힐러리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면서 "협정이 체결된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불 이상 증가했다. 훌륭한 협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공동언론발표 이후 정례브리핑에서는 아예 한미FTA 재협상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라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미 무역대표부(USTR)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그 협정(한미FTA)을 재협상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시작할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과 한미FTA를 재협상하거나 수정할 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한미FTA 재협상에 합의했다거나 재협상을 공식화 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며…FTA 재협상에 대해 양측간 합의한 바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양측 실무진이 한미FTA 시행 이후에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 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미FTA와 관련해 양국이 논의할 일종의 채널을 구성한다는 점에는 같은 입장이었지만, 백악관은 이를 "재협상을 위한 특별위원회"라고 밝혔고, 청와대는 "조사 분석 평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FTA 재협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서로 이견 내지는 혼선을 빚으면서, 앞으로 한미간 통상 문제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