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만찬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올바른 여건이 된다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 언제 올바른 여건이 될 것인가, 어떤 조건이 갖춰지면 북한과 대화할 것인가는 우리가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미국인 석방 등은 예를 든 것일 뿐이라며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지금 이 단계에서 분명히 얘기할 수 없고, 한미 양국이 정세를 보아가면서 결정할 일이라고 본다"며 "그 점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의견의 합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만약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이 대화의 시작이 된다면 그 대화의 출구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의 종결로부터 시작해서 완전한 핵폐기에 이르기까지 북한과 한-미 양국은 여러 가지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취해나갈 수 있고 하나하나의 단계들은 확실히 검증돼야 한다"며 자신의 2단계 북핵 폐기론을 재확인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보복조치 등을 두고는 "사드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한국의 주권적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경제‧문화적인 문제는 서로 구분해야 한다"며 "그래서 사드 배치에 관한 중국의 염려는 이해하지만, 그러나 중국이 그것을 이유로 경제적 보복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부당한 일이기 때문에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환경영향평가 같은 한국의 국내적인 절차적 정당성을 밟아나가기로 했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해를 표했다"며 "그 과정에서 중국과도 충분히 협의해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의 교체나 정권의 붕괴를 원하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게 분명히 요구한다. 비핵화야말로 안보와 경제 발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라며 "북한 또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을 북한과 함께 걸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위대한 동맹'을 주제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과 질의응답 이후 진행된 만찬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장하성 정책실장과 안호영 주미대사,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했다.
미국 측에서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와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존 햄리 CSIS 소장, 마이클 그린 CSIS 부소장,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조너선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등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1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