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마을자치회관으로 이용하던 건물이 구청과 법원의 결정으로 철거됐지만 당시 나온 건축폐기물을 구청이 아무런 이유 없이 수년 째 방치한 터라 주민들은 폐기물더미 옆에서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 어른 키 두 배 넘는 '건축폐기물 언덕'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대모산과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입구에 들어서자 신선한 수목향 보다는 눅눅한 쓰레기냄새가 진동했다. 1080세대 2030여 명의 주민들이 머물고 있는 구룡마을 입구에는 어른 키의 두 배는 족히 넘는 건축폐기물이 3년 째 방치된 채 언덕을 쌓고 있다.
폐기물더미 안에는 시멘트는 물론 각종 건축자재, 스티로폼, 녹이 슨 철제들이 한데 섞여있었다. 형태를 알 수 없는 쓰레기부터 폐타이어까지 방치돼 있는 폐기물더미 옆에서 주민들은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해당 폐기물은 지난 2015년 2월, 강남구청이 구룡마을 주민들이 마을자치회관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불법가설물로 판단해 철거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당시 구룡마을 토지주들과 주민들은 구청의 철거집행을 중단해달라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구청은 예정대로 건물을 철거했다.
폐기물 위에 느슨한 그물망을 걸쳐놓았을 뿐 조잡하게 해놓은 고정 탓에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비가 내리는 날이면 냄새는 물론 녹물까지 새어나온다고 설명했다.
마을주민 A 씨는 "몇 년 째 방치돼 있어 더운 여름에는 냄새도 심각한 문제"라며 "건축폐기물 안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구청은 구민들이 사는 마을에 방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 주민들 요청에도 손 놓은 강남구청
수년 째 폐기물더미 옆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은 수차례 구청에 처리를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귀범 구룡마을 전 주민자치위원장은 "몇 년 째 민원을 넣어도 의아할 정도로 구청의 조치가 없어 마을 주민들끼리 따로 처리비용을 알아보기도 했다"면서도 "처리비용이 2천만 원이라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룡마을 주민들은 서울시민도 아니고 강남구민도 아니다"라며 "재개발 문제 등으로 강남구청과 대립하고 있지만 (구청의 행태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성토했다.
강남구청 구룡재건마을 정비팀 관계자는 "개발이 곧 본격화되면 전체 철거가 이뤄진다"며 "철거를 하면서 (해당 폐기물을) 같이 처리할 예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수년 째 악취와 주민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건축폐기물을 방치한 이유를 재차 물었지만 구청은 "사업이 본격화되면 바로 치우게 될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편, 서울시는 2020년까지 구룡마을에 임대 아파트를 포함해 2천600여 가구가 들어선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