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칼럼은 대통령이 원전을 부정적으로 다룬 허구의 영화 '판도라'를 보고 탈원전 정책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칼럼은 "그런데 울기까지 했다니 허구를 사실처럼 느끼고 받아들인 듯하다. 일반인이라면 많이 있는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판도라를 보고 울었던 그 심정으로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필자가 이에 대한 반박을 쓰게 된 것은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어떤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그것도 국가 중대사를 결심하면서 영화 한 편에 혹해서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퇴역식 기념사를 통해 탈원전 선언을 했고, 그 시작으로 설계수명이 다한 고리 1호기 영구정지에 이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 논의를 위한 공사 일시 중단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결정이란 말인가? 이러한 '문구'를 쓰려면, 최소한 당사자에게 그러했느냐고 물어봤어야 맞다.
그런 과정이 없이 신문칼럼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건 현실과 감성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 칼럼의 필자는 현재 대통령이 탈원전의 물꼬를 열어가는 현실과 6개월 전 대통령 후보시절에 영화 감상평을 했던 인상을 동일선상에 놓고 본 것이다.
탈핵 공약은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의 공약 중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이런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 된 것이다. 탈핵 100만 서명운동에는 30여만명이 서명을 해 청와대에 전달되었다. 이들 서명자들은 모두 영화의 허구에 혹한 사람들이란 말인가.
나는 '판도라'의 도입부만 보았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어도 탈핵을 지지한다. 내게 탈핵을 지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들라면 노벨문학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수많은 피해자들을 인터뷰한 '체르노빌의 목소리'의 저자인 그는 '원전은 미래로부터 온 전쟁'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전쟁, 반감기가 10만년 이상이나되는 방사능으로부터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그래서 확률론적으로 원전이 안전하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쓰나미에 대비해야 하다는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라고 한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대통령이 영화 한 편에 혹했느냐보다는 2053년까지 짓게 되어 있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반감기: 방사성붕괴가 거듭될수록 원자핵이 처음에 갖고 있었던 방사능의 양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이 때 방사능의 양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