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기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는 다주택 임대업자들의 등록 의무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5년간 일자리 창출과 복지 등 각종 공약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178조원. 정부는 재정개혁으로 97조원, 세입 확대를 통해 81조원을 충당하겠다며 일명 '부자 증세' 방침을 공식화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9일 "대기업·대주주·고소득자·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는 강화하되,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광온 대변인은 "그간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하는 등 조세정의 실현을 통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소득을 벌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지하경제, 특히 고소득·고액자산가들이 대부분인 다주택 임대업자도 주요 타깃이 될 전망이다.
국내 지하경제 규모는 최소 125조원, 많게는 400조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6%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연간 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다주택 임대업자의 과세만 제대로 이뤄져도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을 거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미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26일 인사청문회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수의 주택을 보유한 187만명 가운데 임대소득 신고를 한 사람이 2.6%인 4만 8천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도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문 대통령과 김현미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을 위한 사전 정지 차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등록을 통한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표준임대료 산정 등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며 "세제 감면과 리모델링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강화해 등록을 유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지금도 부동산 임대소득에 대해선 굉장히 과세특례적인 입법이 많이 돼있다"며 "임대업 등록은 인센티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법을 만들어 강력히 집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업자들에겐 과세 포착이 되는 것 자체가 불편한 일인데, 세제 혜택 준다고 해서 등록할 리 만무하다"며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세무당국 자체가 '있는 사람' 편이다 보니 수십년간 방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강조하는 조세 정의뿐 아니라,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임대업 등록 의무화는 필수로 여겨진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은 "정부가 고소득 자산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면 먼저 과세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하지만 임대사업자는 지금 정확히 통계도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으로 작동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며 "LTV·DTI 관리로 과잉 유동성 유입을 막거나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물론 보유세 인상, 임대인 파악 및 과세,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패키지로 맞물려야 임대시장이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임대업은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임차인이란 존재가 있기 떄문에, 정부와 세무당국이 의지만 갖고 있다면 현황 파악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임대업자 등록 의무화는 세제 개편과는 별도로, 당국의 정책 의지와 여론 조성을 통한 국회 논의를 통해 연내 도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김현미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해 8월, 3주택 이상 소유자가 1주택 이상을 임대할 때 임대사업자로 의무 등록하게 하는 '민간 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부동산감시팀장은 "소득은 발생하는데 과세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부동산 임대사업자만 계속 늘고 있다"며 "다주택자 등록 의무화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5년말 기준 공식 집계된 부동산 임대사업자만도 145만 2천명에 이른다. 지난 2006년 88만 2천명에서 10년새 64.6%나 증가한 규모로, 부동의 1위였던 도·소매업자를 조만간 넘어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