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도 넘기라"는 北성명, 왜 이례적인가?

통일부 “北 억지 주장, 전직 국가원수 등 국민위협 용납 못해”

북한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테러범죄자'로 지목하면서 "지체 없이 우리 공화국에 넘겨야 한다"고 위협한 '연합 성명'은 여러 측면에서 이례적이다.

북한은 한 달 전 만해도 이병호 전 국정원장만 언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12일 "미 중앙정보국의 조직자들과 남조선 전 국정원 원장 이병호" 등을 거론하며, "최고 존엄에 대한 테러 시도로 공화국 형법에 의하여 가장 무거운 형사책임을 져야 할 대상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등 북한의 모든 공안 기관을 동원한 이른바 '연합 성명'을 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다.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가 모두 동원된 연합 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문제는 북한이 테러의 근거로 댄 것이 아시히 신문의 최근 보도라는 점이다.


북한은 성명에서 "알려진데 의하면 박근혜(전 대통령은) 2015년 말부터 '북 최고지도부를 교체하기 위한 공작'을 은밀하게 추진했으며 괴뢰국정원이 주도하여 작성한 이와 관련한 비밀작전 계획에는 감히 '암살' 음모까지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알려진데 의하면"이 바로 아시히 신문의 보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히 신문은 지난 26일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을 행했으며, 구체적으로 남북 당국자간 회담이 결렬된 뒤 박 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교체를 목표로 한 정책 서류에 서명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물론 이 보도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북한이 일본 언론 보도에 주목해 연합 성명까지 낸 것은 무엇보다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이 우리 최고수뇌부를 노린 특대형 국가테러 범죄를 또다시 기도하는 경우 그 조직자, 가담자, 추종자들을 철저히 추적해 전시법에 따라 사전 통보 없이 즉결 처형할 것이라는데 대해 공식 선고한다"고 위협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경고를 함으로써, 보수적인 미국 트럼프 정부 하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혹시 추진될지도 모를 '정권교체'(Regime Change) 안을 상정하지 못하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성명은 이런 대외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북한 사회 내부의 결속을 꾀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의 적들’이 김정은 정권을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조선중앙 TV 등 내부 언론 매체를 통해 공개함으로써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체제 단결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한 북한 전문가는 "3대 세습을 가능하도록 할 정도의 막강한 수령 중심 사회에서 최고 존엄에 대한 '암살' 등등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당장에는 체제 결속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역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테러 범죄자로서 국정원 조직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 비선 접촉에서 국정원의 역할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당분간 북한 국가보위성과 비공개 접촉을 개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통일부는 29일 북한의 연합 성명에 대해 "북한의 이러한 억지주장과 전직 국가원수 등 우리 국민에 대한 위협적 언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위협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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