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29일 2차 TV토론회와 수도권 지역 합동연설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여지없이 막말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원유철(5선·경기 평택갑)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원 의원은 홍준표(원외·4선) 전 경남지사에게 "한국당을 살리고 보수 정치를 살리려면 품격 있는 언어로 상대방 입장에서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엊그제도 그렇다. 애들하고 못 한다고 했다. 저를 뽑아준 지역구민,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가 지난 27일 1차 TV토론회에서 원 의원과 신상진(4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을 겨냥해 "애들을 데리고 (토론을) 못 하겠다"며 내심 깎아내린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홍 전 지사는 "막말한다, 비아냥댄다, 애들하고 (못 하겠다), 그런 얘기 불쾌해했다면 참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쉽사리 물러서진 않았다. "당내 경선은 허위사실을 폭로하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찔러서 자기 표를 얻는 과정 아니다"라며 역공을 폈다.
원 의원이 먼저 홍 전 지사의 바른정당 입당 타진설(說),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 전망 등을 거론했기 때문에 정당한 반박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신 의원은 "상처받은 당원들, 보수 지지층의 마음이 다시 돌아오기 어려워지지 않나 걱정 앞선다"며 두 사람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당신 탓, 네 탓 하다가 한수, 두수 주고받고 싸움을 한다"면서 "건전 보수의 기반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토론은 중심 없이 겉돌았다. 원 의원은 홍 전 지사의 지난 28일 대구·경북(TK) 지역 연설회 내용을 문제 삼았다. 당시 홍 전 지사는 "이제 남은 인생을 대구에서 하고자 한다"며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의 뒤를 잇는 그런 TK의 희망이 돼보자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보수의 적자가 돼 대권을 노리겠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보수의 '텃밭' TK 민심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하다.
홍 전 지사는 "주사파 정권이 목표를 보수 궤멸로 잡았다고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만 뺏으면 이 땅의 보수는 궤멸될 것"이라면서 "전대를 마치면 보수의 궤멸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 권영진 (대구)시장, 잘 들으세요!"라고 외쳤다.
당권을 쥔 뒤 공천권을 텃밭에서부터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원 의원은 "대구 정치 발언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대구 간 것을 개인적으로 반대했는데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경기 출신인 원 의원으로선 홍 전 지사가 TK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을 통해 반(反) 수도권 정서를 부각시킨 셈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를 타진 중인 홍 전 지사 입장에선 수도권 차출 촉구는 '들으나 마나 한' 비판일 수 있다.
전당대회가 흥행 대신 조롱의 대상으로 격하되면서 내부 시선도 곱지 않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기초단체부터 광역단체까지 전패(全敗)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데 당 대표 후보들로부터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토론회 관전평에 대해 "집토끼만 쫓는 홍 전 지사나 울림 없는 쇄신책을 외치는 수도권 주자들이나 공허하긴 매한가지"라며 "당권의 격에 맞는 말의 무게감 없이 말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며 한숨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