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시간으로 28일 오후 8시 30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미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하고 있던 시각, 김순영 씨는 건물 밖에서 50여명의 교민들과 함께 환영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거리로 앞다퉈 나온 교민들의 무리를 보면서 난감한 표정을 지은 것은 미국 측 경호원들이었다. 반면, 한국 측 경호원들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대통령이 여기 계시느냐’는 교민들의 물음에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여유를 보였다.
이재수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은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 앞에 집회를 하러 나왔다가 경호원들에게 밀려나왔던 경험을 생각하면 정말 세상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30여분 뒤 행사가 끝나고 문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나오자 교민들은 일제히 ‘문재인’을 연호하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날 문 대통령 환영 집회에 나온 교민들 상당수는 과거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백악관 앞에서 반대 집회를 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사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도 과거 이라크 파병 문제와 한미FTA 문제 등으로 교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교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문 대통령의 일정을 공유하고, 서로 카풀까지 하면서 워싱턴으로 달려왔다. 워싱턴 인근의 버지니아 주와 메릴랜드 주는 물론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주에서 왔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교민들이 들고 온 손팻말에는 그동안 익숙했던 ‘반대’라는 말 대신 ‘환영’이라는 말이 적혔다. “워싱턴에서도 꽃길만”, “We love Moon Jae-In”, “이게 다 문재인 덕분이다”, “Proud of my president”, "Moon rising in USA" 등 다양한 내용의 손팻말이 문 대통령을 가는 곳마다 반겼다.
첫 일정인 장진호 전투기념비 참배와 헌화 때도,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도착했을 때도, 미 상공회의소 앞에서도 어김없이 환영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스스로를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는 워싱턴 촛불 동포들’이라고 불렀다.
1973년에 미국에 정착했다는 김환희(69) 씨는 “지난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에 살면서 백악관 앞에서 대통령을 환영하는 촛불집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우리나라에 민주주의의 기초가 놓였다면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건물을 올릴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