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프로와 실업팀 선수로, 또 이후 지도자로서 20년 넘게 보낸 씨름인의 세월. 모래판을 처음 접한 초등학교 시절까지 포함하면 30년이 넘는 치열한 삶이었다. 일반 직장인으로 인생 2막을 열어젖힌 지 이제 반년. 무엇이 가장 달라졌을까.
일단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반갑다. 어느 종목의 선수나 지도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씨름인들은 사실 명절에 가장 바쁘다. 민속 스포츠인 까닭에 매년 설날과 추석마다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분 지방 대회가 많아 민족의 대명절에 이산가족이 되기 일쑤였다.
그랬던 황 감독은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온전히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냈다. 아내 오선영 씨(38), 아들 윤호 군(10)과 모처럼 오붓하게 지냈던 지난 설이었다. 특히 아내 오 씨는 지난 2013년 황규연의 선수 은퇴식 때 펑펑 눈물을 쏟아 팬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황규연은 "선수 시절 팀이 해체됐을 때 경기가 없어 명절 때 집에 있던 적은 있었다"면서 "그러나 가정을 이루고 이렇게 마음 편하게 명절을 보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만에 처음이었는데 낯설기도 했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니 좋았다"고 웃었다.
윤호 군은 아빠를 닮아 기골이 장대하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벌써 키가 155cm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운동 신경도 남다른데 씨름은 아니다. LG 박용택을 좋아하는 분당 지역 리틀 야구 선수다. 황규연은 "취미반이었는데 아들이 워낙 좋아해 메이저리거를 꿈꾼다"고 말했다.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아들도 아버지의 인생 2막을 알고 있는 눈치다. 황규연은 "아들이 '아빠, 이제 TV에 안 나와?'라고 묻더라"고 귀띔했다. 이어 "사실 씨름을 하겠다고 하면 시켜볼까 생각도 있었다"면서 "어쨌든 운동을 좋아하고 야구는 단체종목이라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온전히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 일 말고도 워낙 바쁘기 때문이다. 전남씨름협회 홍보이사를 맡은 황규연은 지역에 생활체육 씨름대회가 열리면 경기장을 찾는다. 주로 주말에 열리는 까닭에 이런 날은 가족을 만나지 못한다.
여기에 황규연은 예전 씨름단 프런트였던 장우현 전 지원팀장 등 지인들과 지역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나눔, 동행, 변화를 지향하는 이른바 '나.동.변 봉사회'다. 이런 거창한 이름보다 아무래도 지명도가 높은 황규연을 앞세워 '천하장사 황규연 봉사대'로 통한다.
씨름인에서 일반인으로 인생 제 2막을 힘차게 시작한 황규연. 씨름인으로든, 일반인으로든 여전히 바쁘고 보람찬 '천하장사'의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