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감독 에이슬링 월쉬)은 '운명적 사랑? 그런 게 어딨어'라고 고개를 저을 사람들조차도 다시 한 번 운명의 상대를 꿈꾸게 하는 영화다.
걸을 때마다 다리를 저는 관절염 환자인 모드(샐리 호킨스)는 불편한 몸이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캐릭터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클럽에 종종 다녀오고, 이를 꾸짖는 숙모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수완이 없어 빚만 늘려가는 오빠가 집마저 팔아버리자 집에만 있지 말고 '내 일'을 해야겠다고 바로 생각이 뻗어버리는 인물이다.
우연히 간 동네 가게에서 가정부를 구하는 에버렛(에단 호크)을 보게 된 모드는 광고 쪽지를 떼어 에버렛의 집에 찾아간다. 평소 장작과 생선을 팔고 고아원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다소 괴팍한 성격의 에버렛은 자신이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집 안팎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모드의 절뚝이는 다리를 보고 성에 차지 않아 했던 에버렛이지만 둘은 작은집에 함께 살면서 조금씩 달라져 간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날이 온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데 서투른 에버렛은 모드에게 상처를 준다.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고 집안일을 기대만큼 능숙하게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내쫓거나, 이불을 주지 않아 덜덜 떨게 한다거나,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고 친구가 보는 앞에서 뺨을 때리는 식이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꾸밈없는 소박한 말들이 오갈 뿐이지만 이내 관객들은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나는 사람들을 싫어해. 그들도 마찬가지로 당신을 싫어해. 하지만 난 아냐, 난 좋아해."
닉슨 부통령까지 살 만큼 모드의 그림이 점점 더 유명해지면서, 모드 부부는 신문과 방송에 나가고 그림은 더 잘 팔리게 된다. 그림을 사기 위해 두 사람의 보금자리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에 시달리고, 언론에 노출된 뒤 이러쿵저러쿵 뒷얘기가 많아지자 에버릿은 본심과 다르게 모드 탓을 하고 만다.
떨어져 있는 동안 모드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은 에버렛은 다시 모드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재차 확인한다.
초기의 다소 위태로운 모습을 제하면 영화는 꾸준히 잔잔하게 흘러간다. 캐나다의 나이브 화가 모드 루이스 부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작위적인 설정이나 상황이 튀어나와 관객들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 미덕이다.
또한 '내 사랑'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바라보는 편견에 기초한 시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남들과는 다른 걸음걸이와 조금은 독특한 말투를 지닌 모드를 통해, 그 역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고 싶고 스스로의 일을 찾아 자립하고 싶고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매진하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둡고 칙칙했던 집안이 모드의 그림으로 점차 생기를 띄고, 벌어져 있던 걸음 속도를 맞춰가며, 보다 세심한 언어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 등으로 영화는 점차 친밀하고 소중한 관계가 되어 가는 두 사람을 그려낸다. 어느새 서로의 삶에 물들게 된 모드와 에버렛의 수채화 같은 사랑이, 기분 좋게 마음을 간질인다.
7월 1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