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대란 아닌 양해파업… "단순한 밥 한 끼의 논리 아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파업… 가정통신문 등으로 학부모‧학생 사전양해 구해

파업에 앞서 가정통신문, 사진전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양해와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대전지부 제공)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29일부터 이틀에 걸쳐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급식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학부모 등의 지지를 얻으면서 이른바 '양해 파업'이 치러지는 분위기다.

이날 비정규직 철폐와 최저임금수준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로 전국 초‧중‧고 및 특수학교 1만 1698개교 중 3150개교에서 급식공급이 중단된다. 학비노조 측은 파업 첫째 날에는 지역별 집회를, 이튿날에는 서울로 상경해 근속수당 인상, 임금차별 해결을 요구할 예정이다.

◇ 일할수록 벌어지는 임금격차… 먼 꿈인 '동일노동‧동일임금'

학비노조 방종옥 정책국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너무나 큰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한다"며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는 격차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육현장에는 교육공무직원 14만 1173명과 비정규직 강사 16만 4870명, 기간제교사 4만 6666명 등 약 38만 명의 비정규직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중에는 교육행정직원은 물론 아이들의 급식을 담당하는 6만 명의 비정규직 영양사‧조리원도 있다.

대전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조리원 A씨는 400여 명의 학생들의 음식을 만들고, 전처리실·조리실 등을 청소한다. 급식 배식까지 담당하고 있지만 이 모든 업무를 A 씨와 같은 조리원 3명이서 한다.

과도한 업무도 문제지만 연차가 늘어날수록 불리해지는 임금 문제가 더 크다. 1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는 A 씨는 가장 기뻐야할 월급날이 가장 서러운 날이기도 하다. A씨는 "정규직 조리원과 비정규직 조리원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하지만 월급 차이를 느낄 때면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정규직들이 저를 동료로 여길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1년차 비정규직 조리원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대비 70% 수준인 150만 원이지만, 10년차 때는 54.7%, 20년 차에는 49.1%까지 떨어진다. 비정규직 영양사 역시 정규직 대비 72.3% 수준이었던 임금이 10년 차에는 58.7%, 20년 차에는 47.8%로 내려간다. 일을 하면 할수록 임금은 벌어지고 처우는 열악해지는 구조다.

인력이 충원되지 않다보니 업무강도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성민 학비노조 대전지부장은 "대전의 경우는 조리원 비율이 전국 꼴등"이라며 "인력이 없다보니 산재사고는 물론 터널증후군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선생님들의 '양해파업'에 지지‧응원… 학교장까지도 지지호소

학교장 명의로 가정통신문이 발송돼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사진=목포청호중학교 제공)
상황이 이렇다보니 614만 명 학생의 급식 공급 차질에도 학부모회는 물론 일부 학교장까지도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노조 측이 파업에 앞서 가정통신문, 사진전 등으로 파업을 예고하고 양해를 구했던 것이 주효했다. 노조는 사진전을 통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과 처우를 알리고 파업에 대한 응원과 지지를 호소했다.

일부 학교에선 학교장 차원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에게 발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원 강릉의 포남초등학교는 학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을 통해 "모두가 잠시 불편해질 수도 있지만 '불편'이라 생각하기보다는,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고 '우리'를 위한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하루하루 열심히 땀 흘려 일하시는 모든 부모님들의 지지와 배려 부탁한다"고 밝혔다.

전남 목포 청호중학교 역시 학교장 명의로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이 아직 많다"며 "잠시나마 불편이 더 나은 우리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과거와는 달리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강혜승 씨도 "단순한 밥 한 끼의 논리가 아니라 비정규직문제가 얼마만큼 잘못된 사회적 구조인지를 아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겪을 노동환경의 문제라고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는 "우리 학부모들은 더 이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며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드는데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희망 경남학부모회 역시 "안전한 일자리가 보장돼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며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학생들을 볼모로 한 파업'이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충북학교운영위회 협의회는 "학생들의 생존권과 교육권을 볼모로 하는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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