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상에 대한 '의전 수위'를 기준으로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등으로 형식을 나누게 된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가 '공식 실무방문'으로 진행되는 것은 최대한 실용적인 일정을 짜기 위한 양측의 협의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면 의전의 격이 더 높아지는 면은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 요구하는 공식 일정도 함께 많아진다. 그러면 우리 측에서 원하는 일정을 한정된 시간 안에 소화할 수가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경우 의장대 사열, 백악관 환영식, 백악관 환영만찬,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등 의전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번 방미는 국빈 방문이 아닌 만큼 이같은 행사가 생략되고 미국 측에서 지원해주는 차량이나 수행원 수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화려한 의전이 간소화되는 만큼 실질적인 외교 활동 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공식 실무방문임에도 국가 정상간의 회담인 만큼 기본적인 의전은 따르게 된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 도착 다음날인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과 환영 만찬을 한다. 다음날인 30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워싱턴 참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이 소식통은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방문형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국을 예로 들면 국빈의 경우 영국 여왕을 만나고 행진을 하는 등 의전 일정이 짜여지는데, 대통령이 이같은 일정을 원하면 그 쪽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국내 환송행사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가방을 직접 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등 탈권위 행보를 보이기도 한 만큼, 보다 실용적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형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한 성과를 얻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국빈 방문이 아니더라도 의전의 격은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조절 가능하다. 이번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역시 내용 상으로는 '공식 방문'에 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내외에게 백악관 환영 만찬과 함께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에서의 3일 숙박을 제공했다. 공식 실무방문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최대 2박만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예우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