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밤 전파를 탄 '외부자들'에서 전화로 연결된 정규재 고문은 촛불혁명에 이은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뤄진 정권 교체에 대해 "정권이야 언제나 바뀔 수 있지만 탄핵이라는 형태로 바뀐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을 어떻게 보냐'는 안형환 전 의원의 질문에는 "대기업 때문에 중소기업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너무 과다하기 때문에 아주 벼랑 끝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재벌을 혼내거나 손대면 중소기업의 여건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를 진단하는 시각의 오류, 오해, 통계 오독"이라고 주장했다.
'재벌들의 내부거래가 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는데, 재벌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물음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65%"라며 말을 이었다.
"(상속세) 65%를 내고는 도저히 지배권 유지가 안 되기 때문에 재벌 2, 3세가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말하자면 상속세를 낼 돈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의 순수한 경영상 목적에 의한 내부거래 말고 변칙적인 내부거래를 막으려면 상속세를 낮추는 것이 굉장히 좋은 방법이다."
이날 '경제 전문가'로 소개된 그는 재벌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요즘 와서 열심히 일을 안한다. 물론 몇몇 기업은 열심히 일을 한다고 느끼지만"이라며 "정부 규제도 많고 하니까 화이팅을 별로 안한다"고 말했다.
작가 전여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는데, 막상 외국에서는 한국 재벌들의 공정한 시장경제 편입으로 봤고, 주식시장에서 아무 영향이 없었다. 삼성 주식은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정 고문은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뒤 경제가 굉장히 잘 된다. (삼성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옹호했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고 난 다음"이라고 지적했고, 정 고문은 "구속되고 난 이후에 회사가 잘 나간다는 것은 장래를 두고 봐야 안다. 정말 받아들일 수 없는 얘기"라고 답했다.
정 전 의원이 다시 "방금 전여옥 의원의 의견은 그의 의견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저널의 평가다. 대한민국 재벌기업이 투명성을 재고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에 희망이 생겼다는 평가"라고 바로잡았다. 이에 정 고문은 "글쎄요. 그렇게 평가하는 분들도 있고,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맞섰다.
◇ "대기업 규제하면 중소기업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약간의 환상이고 착각"
정 고문은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 비중에서 대기업이 굉장히 적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미국만 하더라도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의 52% 정도 되고 일본도 30%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15%가 안 된다. 말하자면 대기업의 수가 적은 것이 문제이지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력이 큰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처럼 대기업을 규제해서 중소기업을 먹고 살게 해주면 중소기업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약간의 환상이고 착각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전혀 잘하실 것 같진 않아서 걱정이다. 논쟁은 논쟁대로 옳게 하고, 여러 혼선이 안 생기게 일목요연하고 질서정연한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원톱이 될 수 있도록 운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화를 끊은 뒤 진중권 교수는 "상속세의 경우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면 상속세를 당연히 내야 한다"며 "문제는 (대기업)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부당한 전제다. 왜 경영권이 생물학적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녀에게 가야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식회사는 개인 회사가 아니라 공적인 것이다. 그 공적인 회사의 운영권과 경영권은 공적인 절차에 의해 선출된 전문 경영인이 갖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데 상속세 내고 나면 경영권을 못 가진다? 이 사람(상속자)이 능력이 있다면 주주들을 설득해서 자신이 훌륭한 경영인이라는 것에 대한 합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없으면 (경영권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규재 고문의 '외부자들' 출연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겨우내 이어진 촛불혁명 당시 박근혜 정권과 결탁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 온 재벌에 대한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고, 이를 밑거름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주체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해 온 인사가 '경제 전문가'로 포장된 데 따른 것이다.
트위터 사용자 '@j******'는 "채널A '외부자들' 미친 섭외… 정규재"라며 "'경제 전문가'라고 쓰고 '재벌 대변인'이라고 읽는다. 아우 속터져"라고 지적했다.
"탄핵이 유감이라는 정규재 불러서 뭘 묻냐"(@g******), "'외부자들' 정규재 연결. 나 이거 왜 보는 거지. 탄핵도 끝나고 선거도 끝났는데"(@K*****) 등의 의견도 눈에 띈다.
한 시청자는 '외부자들'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란을 통해 "박근혜와 동급… 제작진, 시청자를 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앞으로 이런 사람이랑 전화 연결하지 말라"며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님… 다만 틀린 생각을 가지고 틀린 말을 하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