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회말 11-10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하루를 넘겨 무박 2일로 진행된 혈투 끝에 거둔 3연승이라 더 값졌다.
이날 롯데의 승리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두 번이나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해 기어이 승리를 일궈냈다.
롯데는 8회초까지 3-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상대는 불펜 평균자책점(ERA) 1위(3.68)의 LG여서 뒤집을 가능성이 적어 보였다. 마운드에는 LG 필승조 김지용이 있었다.
하지만 롯데의 뒷심은 강했다. 8회말 선두 4번 타자 이대호가 2루타로 추격의 포문을 열었고, 강민호가 통렬한 2점 좌월 홈런을 날렸다.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며 연장으로 몰고 간 한방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10회말 나경민의 2루타, 황진수의 적시타, 손아섭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7-10까지 따라붙더니 무사 만루에서 김문호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또 다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롯데의 끈기에 질린 LG는 결국 연장 12회말 전준우의 안타에 이은 중견수 실책으로 끝내기 패배를 안았다.
롯데의 거짓말같은 대역전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일 전에 이미 롯데는 미러클을 이뤄냈다. 지난 24일 두산과 잠실 원정이었다.
당시 롯데는 7회까지 1-4로 뒤져 있었다. 더군다나 롯데는 전날 패배 때 불거진 '훈계 논란'의 집중포화를 맞은 터였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상황이었다.
논란의 발단은 이랬다. 23일 경기에서 1-9 완패를 당한 뒤 롯데 주장 이대호가 두산 내야수 오재원을 불러 얘기를 나눴는데 마치 선배가 강압적으로 훈계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야구 팬들은 이대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이대호는 24일 경기 전 취재진에게 해명하고 경기 중 오재원을 포옹하며 오해를 풀어야 했다.
만약 이날 롯데가 졌다면 '훈계 논란'의 후유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이대호가 해명했지만 팬들의 비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는 6월 부진이 더 깊어질 뻔했다. 롯데는 4월 13승13패, 5월 12승12패로 5할 승률은 근근히 유지했다. 그러나 6월 들어 3연패 2번에 6연패까지 급하락세를 보였다. 이대호와 최준석, 강민호 등 선수들이 삭발까지 했지만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던 터였다. 이런 와중에 '훈계 논란' 후유증까지 더해졌다면 헤어나오기 힘든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4일 기적의 역전승을 만들어낸 롯데는 여세를 몰아 25일에도 에이스 박세웅을 앞세워 두산을 4-2로 눌렀다. 지난주를 4승2패로 마무리하며 반등의 여건을 마련했다.
오히려 '훈계 논란'이 팀을 똘똘 뭉치게 한 계기가 된 모양새다. 27일에도 롯데는 끈끈한 뒷심을 보였다. 두 번의 패배 위기에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끝내기의 발판을 마련한 전준우도 경기 후 구단 관계자를 통한 인터뷰에서 "5-10으로 밀릴 때도 모든 팀원이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는 팀 평균자책점(ERA) 5.28로 8위에 처져 있다. 특히 블론세이브는 11개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세이브는 12개로 최하위다. 27일 LG전도 사실 8회 강민호의 동점포 이후 분위기상 롯데가 쉽게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 그러나 불펜이 10회 불을 지르면서 패배 직전까지 몰렸고, 무박 2일 경기로까지 이어졌다.
그렇다고 선발진이 나은 것도 아니다. 롯데 선발진은 전반기 24승28패, ERA 5.16에 머물렀다. 선발진 ERA는 7위에 머물렀다. 박세웅(9승2패)과 송승준(5승) 정도만 제몫을 해줄 뿐 브룩스 레일리(4승7패), 닉 애디튼(2승7패)은 외국 선수가 무색한 성적이다.
기적은 여러 번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까지 타선의 분전에 의지할 수만은 없다. 결국은 마운드가 안정돼야 가을야구를 바라볼 수 있다. '오재원 훈계 논란' 이후 팀이 뭉치게 된 점은 반갑지만 '기적의 이면'에 담긴 현실을 직시해야 할 롯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