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오염된다"며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하는 곳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아파트에 '공기오염' 등을 이유로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면 다른 아파트에선 '고생하신다'며 에어컨을 기부해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아파트에 게시된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벽보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서 벽보 작성자는 "동대표회장과 동대표들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려 한다. 이를 반대하자"며 다섯가지 반대 이유를 늘어놨다.

그가 적은 반대 이유는 ▲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 공기가 오염된다 ▲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 지주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서 주민화합이 되지 않는다 ▲6단지보다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주지 않는다 등이다.

해당 벽보는 이내 논란을 몰고 왔다. 온라인상에선 이를 비판하는 글이 이어졌고, 같은 아파트의 다른 주민 또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며 반박성 벽보를 붙였다.

이 주민은 동일 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실명을 밝힌 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말라"고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이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민은 "경비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며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가운데서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에어컨 한대 없었다는 것이 저는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기 오염이 걱정되면 댁에서 하루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를 끄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면 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고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되면 일요일마다 잇는 분리수거 시간을 잘 지키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민은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글을 읽고 자라 날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추진자 일동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서 논리적으로, 인간적으로 의견을 내주면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반면, 서울 성북구 한 아파트에서는 이와 대조되는 내용의 미담이 전해져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주민은 무더운 여름 관리실에서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초소 5곳에 에어컨을 기부했다.

경비원들은 치매를 앓던 이 주민의 부인이 외출할 때 정성껏 도왔고, 부인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빈소를 지켰다고 한다. 장례식 이후 주민이 크게 낙담하자 "바람이라도 쐬자"며 바다에 데려가 그를 위로했다.

이에 고마움을 느낀 주민은 경비원을 위해 에어컨 5대를 흔쾌히 기부했다. 주민회 또한 기부를 받아들여 에어컨 설치를 빠르게 추진했고, 관리비는 경비원들을 위해 주민들이 나눠 부담하기로 했다.

아파트 관리실측은 2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에어컨 설치로 경비·미화원분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며 "기부하고 설치에 동의해주신 주민분들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아파트 관리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