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수생‧지방 학생 "불리하다" 호소하는 학종
학종 확대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고등학생 안세령(16) 양은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에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학종'하면 긍정적인 느낌부터 든다. 안 양은 "학종 덕분에 학교에서 내신 같은 것들을 잘 챙겨 좋은 성적을 얻으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일반고'에 다녀 불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인지호(17) 군은 "학종에 반영되는 학내 대회, 선생님의 기록 방식이 학교마다 다른데 이 조건들을 모두 평준화하는 게 먼저"라며 "학종이 확대됨에 따라 정시가 축소되는 것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준영(19) 군 역시 "'현역' 학생들은 학생부를 더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재수하는 사람들은 다 끝난 셈"이라며 "정시밖에 답이 없는 재수생에게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격차 역시 논란이다. 전남 여수시에 살며 자녀의 재수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서울에 방문한 학부모 박희제(43) 씨는 "지방은 서울처럼 직접 찾아다니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며 "어쩌다 오는 대학의 방문 설명도 잠시뿐이라 학종 등 수시전형을 준비할 때 지역 간 정보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인터넷과 책자 등에 정보가 있다지만 대학에서 요구하는 게 정확히 뭔지 따로 상담을 받지 않으면 어렵다"며 "지방에서 다른 학부모들과 얘기해보면 직접 정보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10%도 채 안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입지 넓혀가는 학종… "패자부활 불가능이 가장 큰 문제"
학종의 확대는 서울대 등 주요 10개 대학(고려대‧경희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에서는 더욱 강력하게 두드러진다. 2018학년도에 이들 대학의 수시 선발 인원은 전체 선발 인원의 74%를 차지하는데 이 중 58.0%가 학종, 9.0%가 학생부교과 전형이다.
종로학원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대학은 정부의 '학생부전형(교과 전형과 종합 전형 포함) 확대' 가이드라인을 학종 확대로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학종 확대 흐름에 반대하는 이들은 학종의 가장 치명적인 맹점 중 하나로 '패자부활의 불가능'을 꼽는다.
지난 22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공제회관 앞에서 '수능 절대평가 도입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이종배 대표는 "수능 절대평가화와 학종 확대는 정시 축소, 수시 확대와 연결된다"며 "소위 내신 등 '다시 열심히' 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것들에 의존하는 수시로는 패자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 역시 "내신이 2등급대 초반 정도는 돼야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 학종 전형으로 원서라도 내본다는 희망이 있는데 2등급 이하, 곧 나머지 90%의 학생들은 앞으로 학교를 어떻게 다녀야 할지 막막해진다"며 "재수생이나 새로 대학을 가고자 준비하는 친구들은 물론 학교생활기록부조차 없는 6만여 명의 검정고시생들도 곤란에 빠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