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하림과 체리부로 등 국내 닭고기 공급업체의 냉동 창고에는 닭고기 비축물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창고에 쌓여있는 냉동 닭고기가 삼계용과 양념용으로 시중에 유통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닭고기 수급 불균형 심화…공급↑, 소비↓
국내 육계 사육마릿수는 해마다 여름철 닭고기 성수기를 앞두고 2/4분기에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1/4분기에 8천650만 마리에서 2/4분기에는 1억100만 마리로 늘어났고, 올해도 1/4분기 7천930만 마리에서 2/4분기에는 9천만 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육계는 통상 30~35일 정도 사육하면 무조건 출하하기 때문에 사육마릿수가 늘어나는 여름철에 도축물량도 함께 늘어난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에 일주일 평균 도축물량은 1200만 마리에서 6월에는 1230만 마리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올해 닭고기 유통시장에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닭고기 공급물량이 늘었는데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지난주에 조사를 했더니 닭고기 소비량이 한 달 사이에 20%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닭고기 소비가 줄어든 원인에 대해 “지난 2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데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가격 인상 논란과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의 성추행 논란 등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육계협회 관계자는 “회원사(하림 등 닭고기 공급업체) 사람들을 만나면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져가는 닭고기 물량이 많게는 40% 이상 줄었다고 한다”며 “치킨 값 인상 논란이 결국은 닭고기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닭고기 수급 불균형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닭고기 소비자 가격은 1kg에 5527원으로 한 달 전 5939원에 비해 6.9%,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24원 보다는 3.5%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닭고기 가격이 내려가도 소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등 국내 닭고기 공급업체들의 냉동 비축물량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A업체 관계자는 “지금 거의 모든 닭고기 업체 창고에는 냉동 닭고기로 가득 차있다고 보면 된다”며 “계열농장에서 30일 정도 사육한 닭은 무조건 출하해야 하는데 도축해도 팔리지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냉동 창고에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닭고기 냉동 비축물량은 5월말 기준 580만 마리에서 6월에는 600만 마리를 넘어 설 것으로 관축됐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계열업체들이 닭고기를 냉동 창고에 그냥 넣는 게 아니고 팔다 팔다가 진짜 남는 것만 넣고 있다"며 "냉동 창고에 들어가면 품질이 떨어지고 관리비용도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업체들도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냉동 닭고기는 너깃이나 치킨가스 등 가공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음식점 닭갈비용으로도 일부 소비된다. 또한, 삼계용 냉동 닭고기는 크기가 작아서 진공포장이나 음식점 삼계탕용으로 처리된다.
닭고기 공급업체 관계자는 “삼계용 냉동 닭고기는 식품위생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1년 내지 많게는 2년 가까이 비축했다가 시장에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냉동 닭고기를 당연히 냉장 닭고기로 알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왜곡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덤핑 판매되는 일부 냉동 닭고기가 (음식점 등에서) 정상적인 소비자가격을 받는다면 시장을 왜곡시키는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냉동 닭고기가 치킨용으로 둔갑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냉동 닭고기 가운데 일부가 치킨용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냉동 축산물의 경우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쳐 출고되기 때문에 냉동고기가 냉장고기로 둔갑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며 "가뜩이나 생닭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업체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속여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