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정이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수 1부에 배당했다.
검찰이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고소고발 사건은 형사부가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부는 고소고발에 의존하지 않고 주로 기획이나 범죄정보에 의해 권력형 비리나 정치자금, 금융, 탈세, 대기업 범죄 등을 주로 수사한다.
물론 특수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특수부 배당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검찰이 정 이사장의 혐의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의 정 이사장 고발건은 정 이사장이 과거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KEB하나은행 인사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것이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성 대출을 해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에 대한 인사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함께 개입해 글로벌 영업2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는 의혹이다.
이런 의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다.
그런데도 정이사장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거래소 이사장직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고발을 하게 됐다는 것이 고발한 시민단체의 입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에 보면 정찬우 이사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 등과 공모하며 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분명히 적시돼 있는데, 정찬우 이사장은 검찰의 봐주기로 참고인조사로 끝나버린 것이 확인돼 금융권 부역자에 대한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을 본격 재수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수사를 통해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기소하지 않고 넘어간 사건을 특수부에 배당해 다시 수사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관심은 정찬우 이사장의 거취다.
정 이사장은 사석에서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 금융위에서 물러나라고 연락이 오면 언제든 물러날 것이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이사장이 당장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고 그 가능성도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정 이사장은 현재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검찰이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해서 지금까지와 달라진 것은 없다. 그동안 계속 고발하겠다고 공언해온 시민단체가 고발했고, 검찰이 특수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사장의 거취를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이사장 취임 당시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황태자로서 낙하산 인사라며 장기 천막농성까지 하면서 극구 반대했던 거래소 노조도 당장 정 이사장에 대한 퇴진압력을 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정 이사장이 이사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물러나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당장 이사장직이 유고상태가 되면 거래소에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새로운 금융위원장이 결정되고 공기관에 대한 정상적인 인사 방침이나 시스템이 정비됐을 때 교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검찰의 기소여부이다.
이동기 위원장은 "검찰이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것이 어떤 신호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자본시장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기소가 돼서 피의자 신분이 되면 그 누구도 그만두는 것이 맞다. 대법원까지 무죄추정으로 갈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특수부에까지 배당하면서 재수사에 나선 만큼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