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자가진료 허용 대상을 소, 돼지 등 축산농가 사육 가축으로 한정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현행 수의사법은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수의사가 아닌 자의 동물 진료 행위는 금지하고 있지만, 1994년 소나 돼지 등 산업동물에 대한 자가치료 허용이 필요하다는 축산업계 요구로 예외조항이 생기면서 무면허진료행위가 허용됐다.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어 반려동물 생산업자들이 개나 고양이의 임신·출산을 목적으로 한 약물 투여 및 수술 행위를 막을 길이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방송을 통해 '강아지공장'들이 개를 강제로 임신시키기 위해 발정 유도제 등 호르몬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수차례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등 충격적인 실태가 알려지면서 수의사회와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법 개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를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서 '가축사육업 허가 또는 등록이 되는 가축'(소, 돼지, 닭, 오리 등), '농식품부 장관이 고시하는 가축'(말, 염소, 당나귀, 토끼 등)으로 한정했다.
이에 범주에 들어가지 않은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가진료가 제한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다. 동물 학대 처벌 수위와 동일하다.
다만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사회상규상 인정되는 수준의 자가처치는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률적 검토를 거쳐 사례집으로 기준을 정했다.
사례집에 따르면 보호자가 약을 먹이거나 연고 등을 바르는 수준의 투약 행위는 허용된다.
건강한 동물이라는 전제하에 수의사 처방 대상이 아닌 백신 등 예방 목적의 주사제 등 동물 약품을 투약하는 행위 역시 가능하다. 다만 반려동물이 건강하지 않거나 질병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예방 목적이 아닌 치료 약품을 투약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수의사의 진료 후 처방과 지도에 따라 이뤄지는 투약 행위도 허용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앞으로 사람으로 치면 의료법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자녀를 돌봐주는 수준의 처치만 허용하겠다는 의미"라며 "동물을 생명으로서 인식하고 대우하는 선진 동물복지 문화 조성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