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지는 정유라 '이대 비리'…기로에 선 檢

3차 구속영장 vs 불구속 기소…검찰 '의지'에 달렸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이화여대 비리' 공모 혐의가 법원의 잇따른 판단으로 옅어지는 모양새다.

정 씨를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하고, 신병을 확보해 국정농단 수사의 새로운 분수령으로 만들려고 했던 검찰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수정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최 씨 등 이화여대 비리 관련자들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하며 정씨와의 공모관계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최 씨와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학장 등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씨가 부정입학의 '수혜자'이기는 해도 '공모자'까지는 아니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최 전 총장 등 이대 간부들이 입시 부정을 주도했다고 봤지만, "정유라가 입시 관련 업무방해에 공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물론 정 씨가 이화여대에서 수업의 출석이나 과제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받은 학점특혜는 교수들과 공모한 것이라고 인정됐다. 또 대한승마협회에서 발급받은 공문으로 청담고에서 봉사활동과 출석을 인정받은 부분도 정 씨의 범행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정 씨의 주요 혐의 중 일부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탄핵된 상태라 향후 정 씨 수사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에 앞서 법원은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이미 2차례나 기각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검찰의 첫 번째 구속영장은 △이화여대 부정입학 △학사특혜 △청담고 비리 혐의를 담았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의 가담 경위와 정도, 증거자료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두 번째 구속영장은 첫 번째 영장 혐의에 '말 세탁' 혐의(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추가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정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삼성의 승마지원 사실을 통보받은 뒤 독일로 출국한 '국정농단의 핵심'이라는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정 씨를 구속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 새로운 전환점을 삼으려던 검찰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내용을 토대로 정 씨를 불구속 기소하거나 덴마크 법무 당국에 협의를 요청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정 씨에 대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혐의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덴마크 법무 당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인도가 허용된 범죄 이외의 혐의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국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 씨는 이화여대와 청담고 비리, 말 세탁 혐의로 강제송환이 결정된 만큼, 검찰이 혐의를 추가해 수사하기 위해서는 덴마크 법무 당국의 동의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정 씨가 불구속 기소될지 새로운 수사를 받기 전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게 될지는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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