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했던 웜비어 장례식…오열도 분노도 없었다

웜비어 유족들이 공개한 장례식 사진. 웜비어의 학창시절 사진이 전시된 장례식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웜비어 유족 제공)
유족의 오열도 분노에 찬 고성도 없었다. 북한에 억류됐다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된 미국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22)에 대한 장례식은 매우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치러졌다.

22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오하이오 주(州) 신시내티 와이오밍 고교. 불과 4년 전 오토 웜비어가 졸업생 대표로 연설했던 자신의 모교 강당에서 장례식은 치러졌다.

2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이 가득 차, 나머지 4백여 명은 체육관에 따로 설치된 영상으로 장례식을 지켜봤다.

장례식은 유대교 식으로 진행됐고,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다. 웜비어의 형제들과 대학 친구들이 각각 추모사를 했고, 웜비어와의 좋았던 추억을 되새기며 웃음 지어보는 순간이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유족이나 추모객 누구도 오열하거나 분노하는 사람 없이, 장례식은 매우 절제되고 차분한 가운데 치러졌다. 가끔 서로를 끌어안고 다독이거나 흐느끼는 추모객들이 간간이 보였고,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다들 감정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장례식을 차분히 진행하고 싶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웜비어 송환을 진행한 조셉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3명으로 제한됐고, 정치인도 웜비어 송환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지역구 상원의원 롭 포트먼 의원만 참석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웜비어의 운구 행렬이 시작되자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장지로 향하는 그의 운구행렬을 지켜봤다.

일부 주민들은 와이오밍 고교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하얀색 옷을 입고 나왔고, 가슴에 손을 얹어 추모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웜비어의 운구가 지나는 가로수마다 웜비어를 추모하는 파란색과 하얀색 리본이 나부꼈다.

신시내티의 한 지역 언론은 이날 웜비어의 장례식과 관련해 “그의 죽음은 미국 전역에서 여러 사람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라면서도, “(웜비어의 고향) 와이오밍에서 웜비어의 죽음은 정치적 보복이나 (북한) 관광금지, (북한에 대한) 무력 시위 등이 아니었다”고 논평했다.

“와이오밍에서는 그저 한 명의 아들이자 형제, 이웃, 친구를 잃은 것에 관한 것이었다”며 “친절했고, 자발적이었으며, 한편으로는 별난 소년이었고, 또 훌륭했고 때때로 유머스러웠고, 할인 상점과 랩 음악을 좋아했던,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했던 소년을 기억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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