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전 FBI 국장이 의회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폭로했지만 이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여겨진 녹음테이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향후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그는 최근 보도된 모든 정보의 불법유출과 폭로, 가로채기, 전자기기 감시 등과 관련해 나와 제임스 코미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나 테이프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면서 "나는 녹음을 하지도 않았고,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썼다.
코미 전 국장은 앞서 지난 8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보장의 대가로 충성 서약을 요구했고,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도 중단할 것을 사실상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증언 다음 날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며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오히려 코미 전 국장을 '기밀 유출자'로 몰아세우며 반격에 나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자연히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때처럼 진실을 밝혀줄 결정적인 증거인 녹음테이프의 존재 여부로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증언 전인 지난달 12일 트위터에서는 "우리의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라며 녹음테이프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그러나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증언 이후에는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만 말하며 의혹을 증폭시켜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결정적 증거는 사라졌고, 대통령의 사법방해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녹음테이프를 만들거나 갖고 있지 않다고만 말해, 정보기관 등 제3자에 의해 녹음테이프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죄를 모면하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 의회의 녹음테이프 제출 요구를 피하면서, 녹음테이프의 존재가 드러나더라도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