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치에…'多주택자 중과세' 주저하는 文정부

투기·집값 잡으려면 보유세 인상 불가피…'조세저항 트라우마'에 변죽만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조치가 투기 심리나 집값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도입이 근본 대책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촛불 민심에 기대어 집권한 정부가 최상류층의 조세저항을 우려해 주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말 기준 국내 개인 부동산 자산의 26%는 상위 1%가, 또 65%는 상위 10%가 소유하고 있다. 좁은 땅덩어리에 그마저도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없이는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는 게 부동산 대책이지만, 정부는 실수요자 부담만 키울 수 있는 대출 규제에만 의존하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에 따른 조세 저항이 재연될까 겁을 내고 있는 셈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문회 당시 "그것을(종부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지금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포함해서 아주 신중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다.

부동산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재산세는 부동산가액에 상관없이 모든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된다. 반면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인 1주택자 또는 주택가격 합계가 6억원 이상인 2주택자에게 부과된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1.7%에 불과하다. 상위 10%가 전체 종부세수의 90% 가까이를 내고 있고, 과세 대상인 10억원 이상 주택 매매의 절반은 서울 강남3구에 집중돼있다.

국세청의 '2016년 국세통게연보'를 보면 종부세를 내는 미성년자는 159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현상으로 이들이 낸 종부세는 3억 5600만원 규모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종부세율을 반토막으로 떨어뜨린 이후 세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7년만 해도 2조 7천억원에 이르던 종부세수는 2009년 이후 평균 1조 2천억원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정부가 낮춘 종부세율을 다시 올려도 서민 경기엔 별다른 영향이 없는 데다, 조세 형평성과 토지 공개념 측면에서도 현실화시킬 필요가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9년만 해도 종부세 과세 대상자 가운데 58%였던 다주택자의 비중이 2015년말 기준 75%까지 급격하게 늘어난 점도 그 필요성을 말해준다.

참여연대 홍정훈 간사는 "과표기준과 세율을 복원하고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는 공정거래가액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며 "이것만 해도 연간 종부세 규모가 3조 8796억원에 이르게 되고, 저소득층과 청년을 위한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려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주택과 토지에 각각 60%와 70%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15%p씩 올려 세수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가령 시가표준 5억원인 아파트의 과세표준은 현재 60%를 반영하면 3억원으로 0.25%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이를 10%p 상향하면 3억 5천만원으로 0.40%의 세율이 적용되는 식이다.

하지만 정부는 즉각 "이같은 방안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따라서 다음달말쯤 나올 세법 개정안에도 보유세 인상 방안은 포함시키지 않을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이후 최근 8년간 부동산 시장 가격은 40% 올랐지만 보유세는 26.1%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보유세 실효세율도 0.279%로, 오히려 0.05%p 낮아졌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시장가격 대비 공시가 비중이 69%인 걸 감안하면, 과세 대상 부동산 시장가격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은 0.19%수준에 불과하다"며 "부동산 가격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데 세금은 가장 낮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란 저서에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을 현 0.79%에서 1.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GDP 대비 거래세는 한국이 1.6%로 OECD 평균인 0.4%보다 높지만, 보유세는 0.8%로 OECD 평균인 1.1%보다 낮은 실정이다.

특히 보유세의 실효세율은 1.4%인 미국에 비하면 5분의1 수준, 0.69%인 덴마크나 0.43%인 스웨덴에 비해서도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적폐세력이 주로 먹고사는 게 불로소득이고 대표적인 게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며 "이를 환수할 수 있는 보유세를 강화하지 않겠다는 건 적폐청산 의지가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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