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내부용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남성의 얼굴이 담긴 전단이 외부에 빠르게 퍼지고 있어 인권침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부산 모 경찰서가 관내 한 초등학교 측으로부터 학교 앞 아동 납치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은 건 이달 중순.
한 달 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A(9)양에게 중년의 남성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접근했고, 겁에 질린 A양이 그대로 달아났다는 내용이었다.
A양에게 우연히 이 이야기를 들은 부모는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다.
학교 측은 이 사실을 경찰에 전달했고, 경찰은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 한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사실 확인에 나섰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A양의 부모는 시간이 많이 지난 데다 아이가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아이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소문은 학교 안팎에 퍼질 대로 퍼졌고, 학교 측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통신문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 사건의 용의자라는 남성의 사진이 담긴 수배 전단이 돌기 시작했다.
이 전단에는 사건 내용과 함께 한 남성의 얼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수배 전단에 있는 사진 속 남성은 이 사건과 개연성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해당 전단은 사건 발생지역이 아닌 같은 경찰서 다른 지구대에서 순찰에 참고하라며 관련 전과가 있는 남성의 사진을 붙여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배 전단을 만든 이후에도 이 남성에 대한 소재 파악 조차 나서지 않아 '수배'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했다.
경찰 자체 조사결과 해당 전단은 지구대를 방문한 아동안전지킴이가 들고 나갔다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전단을 본 한 학부모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이번 사건과 개연성이 없는 남성이 졸지에 용의자가 되어 퍼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부 참고용으로 만든 자료일 뿐 외부에 알리기 위한 수배 전단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과 수사에 나설 때 참고하기 위해 내부용으로 만든 자료지 정식 수배 전단은 아니다"라며 "처음 전단을 만들게 된 계기와 외부 유출 경위 등을 자세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낙인찍는 수배 전단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권침해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