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성향의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여론이 비등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왜 문정인 특보의 발언에 대한 옹호론이 확산되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문정인 옹호론'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21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CBS 인터뷰 내용과 문 정인 특보 발언)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국방장관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 "시기와 장소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한 제 지적은 옳지 않았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합의가 예상된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계산된 한미정상회담의 예고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북핵 문제는 9.19로, 남북문제는 6.15로 해결 가능하다. 햇볕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실 문정인 특보의 말은 북핵문제에 대한 적극적 자세를 모색하는 상식 수준의 이야기였다.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내용"이라면서 "정작 미국보다 국내에서 '미국 정책에 거스른다'며 온통 난리"라는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약간이라도 다른 말을 하면 미국이 싫어할까봐 경기를 일으키는 분들이 계신다.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말하면 소화가 안되는 분들"이라면서 "이런 분들이 두려워서 청와대마저 소심해진다면 한미 정상회담은 아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무도 안하는 말을 용기있게 했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외교 파장이 있는 듯한 호들갑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며 문 특보를 옹호하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특히 문정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을 두고 사퇴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문 특보의 발언은 지난 50여년간 피로 지켜온 한미동맹을 한 방에 깨트릴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문 특보는 우리 외교안보의 폭탄이나 마찬가지이니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외교안보 특보가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불쑥 꺼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응당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문 특보는 김정은의 외교안보 특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청와대는 문 특보를 외교안보 특보 자리에서 빨리 물러나게 하는 것이 외교적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문 특보의 발언 중 논란이 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부분이다.
문 특보는 세미나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군사훈련과 전략무기 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증폭시키고 북한의 대응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사드'와 관련된 것이다. 문 특보는 "사드 해결 안되면 한미동맹 깨진다고 한다. 그게 무슨 동맹이냐. 사드는 무기체계, 방어용 무기체계다. 그걸로 동맹이 깨진다?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거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 발언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런데 첫 번째 얘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된 것인데 특히 지난해
9월 미국의 미국의 대북 전문가 17명이 초당파적으로 참여한 미국 외교협회(CFR)의 대북 특별보고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 어떤 내용이냐?
= 당시에는 한국 언론들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론'만 부각시켰지만 실제 내용에는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담겨있었다.
미 외교협회의 특별보고서는 공식 협상 재개를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데,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재확인, 협상 단계별 점진적 행동 조치 방침, 마지막으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모라토리엄)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식량을 지원하고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와 내용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런 협상안은 한미 양국 정부가 고수하고 있는 6자 회담 재개의 전제 조건을 대폭 양보한 것으로 '핵 동결 협상 재개'를 위해 식량 지원과 한미 군사훈련 축소까지 권고한 파격적인 것이었다.
북한도 2015년에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에서 9시간만에 이를 거부했는데 2016년에는 미국의 초당적인 대북 전문가들이 비슷한 제안을 한 것이다.
=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단계적인 비핵화 접근방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1단계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동결시키게 만들고, 2단계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은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핵과 미사일을 현재수준에서 우선 동결을 시키고 추가 협상과정을 통해 완전한 핵폐기로 나아가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북한핵의 완전한 폐기' 통상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대화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등을 거론했지만 미국에서부터 '핵동결'을 우선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한미군사훈련 축소와 식량지원을 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문정인 특보의 발언 옹호론이 확산되는 이유는?
= 첫 번째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인제대 김연철 교수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미국이나 우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일단 동결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동결을 위해 북한에 줄 수 있는 상응 조치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문정인 교수는 대단히 상식적인 얘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박사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문 특보에 대한 옹호론이 나오는 것은 '옳은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격노' 기사가 가장 대표적인 기사다. 지난 19일 연합뉴스는 워싱턴특파원의 '트럼프 격노' 기사를 출고했다. 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격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국정부고위관계자가 밝혔다'는 내용이다.
연합뉴스가 이 기사를 출고한 뒤 연합뉴스뿐 아니라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수많은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트럼프 격노' 기사를 썼다. 근데 이 기사는 '격노'는 트럼프가 했는데 이를 한국정부 고위관계자가 밝혔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소스를 근거로 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은 트럼프가 '한미 군사훈련 축소' 언급으로 논란이 된 문정인 특보의 발언 때문에 격노한 것처럼 비쳐지는 기사들을 잇따라 출고했다. 한국의 국익보다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는 듯한 언론보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하나는 지난해 미국 외교협회의 특별보고서가 공개됐을 때 한국언론들은 '선제타격론'만 대서특필했다. 위기를 조장하는 안보상업주의의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을 전달하는 데는 매우 미흡했다.
이 특별보고서에서 '선제타격론'은 정말 지엽말단이었다. 당시 멀린 전 미군 합참의장은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선제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상당수 한국언론들은 미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할 것처럼 위기를 조장하는데 바빴다, 그렇지만 선제타격은 대규모 전쟁을 촉발하게 되는 심각한 문제다. 그걸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이해하고 보니 옹호론이 나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9년동안 대북제재와 선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 대북화해협력을 '퍼주기'라고 공격을 퍼부었을뿐 한반도에서의 긴장은 더 높아만갔다.
미국의 대북 정책도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회피했다. 그 결과 북한은 오바마 취임 이후 세 차례 핵실험과 수차례에 걸친 로켓 및 탄도미사일 실험 발사를 감행했다. 미국의 경고와 독자 제재, 그리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 제재도 먹히지 않았다.
홍현익 박사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뭘로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겠나? 제재만 하면 대화에 나오나? 제재만 하니까 더 도발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북한이 관심을 가질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비핵화'가 최종 목표이지만 현실적으로 일단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대로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면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건 미국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