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친박계도 가만히 앉아서 당권을 뺏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최고위원을 다수 입성시켜 지도부 내 주도권을 쥐고, 원외 당 대표의 한계를 활용해 당권을 견제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홍 전 지사가 주장하는 '쇄신' 자체도 '보수 재(再)결집'을 의미해 새롭지 않은데다가, 당권 역시 친박계의 입김 하에 있을 공산이 큰 셈이다. '변화'를 외치는 한국당의 몸부림이 큰 울림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다.
◇ '쇄신' 외치는 洪, 우파 결집에 의존하는 '한계'
그가 표방하는 '강한 야당'도 정부‧여당과의 무조건적인 대립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원내교섭단체만 4개 당이 존재하는 다당제 아래서 시대정신으로 거론되는 '협치'와는 멀어질 수 있다.
때문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21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쇄신하면 바른정당 의원들도 복귀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홍 전 지사의 발언을 지목하며, "한국당의 쇄신이 되리라는 것은 홍 전 지사 자신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홍 전 지사는 지난 20일 초‧재선의원이 개최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여러분이 제대로 투쟁만 해주면 국민들이 운동권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강한 이념 색채를 부각시켰다.
◇ 친박의 당권 수성(守成)…원외 당 대표 '왕따' 전략
최고위에서 소수인 당권파의 한계는 옛 새누리당 시절 김무성 전 대표 때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표는 전당대회 2~4위인 서청원‧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의 벽에 막혀 막강한 당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물러난 뒤 원유철 의원이 승계하면서 친박 색채가 더 강화되기도 했다.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쥐어도 여전히 원외 인사인 점도 골칫거리다. 국무총리 임명 동의안, 일반 법안 등 본회의 표결에 참여할 수 없고 상임위원회 활동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역 의원들과의 교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강력한 원내대표가 새로 등장할 경우 자연스레 경쟁 혹은 갈등 구도가 생겨날 수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도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며, 교체를 가정해도 홍문종, 유기준 의원 등 핵심 친박 의원들이 후보로 거론된다.
때문에 홍 전 지사 입장에선 원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내년 6월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출마가 필수적이다. 1~2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선고된 수도권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국당으로선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 박희태, 신한국당 시절 이회창 체제에서 원외 당 대표를 겪은 바 있다. '제왕적 총재' 시절 이었던 이 전 총재의 경우 재보궐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박 전 대표는 ‘셀프 공천’ 논란 때문에 당 대표를 던지고 출마했다.
친박계가 원외 당 대표인 홍 전 지사를 흔들 경우 재보선 출마가 불가피해지고, 또 그럴 경우 당권을 내려놓고 출마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당권과 현역 국회의원직 중 하나를 양자택일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