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5일 대구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나설 '베스트12'를 선발하는 투표다. '베스트12'는 팬과 선수단 투표를 점수로 환산해 각각 70%와 30%가 반영된다.
구장 인터뷰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둘 한 표를 행사했다. 혼자 기표하는 대부분 선수들과 달리 누군가와 열심히 얘기를 하며 투표하는 선수가 눈에 띄었다. 바로 KIA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33)였다.
투표지에 오른 후보들이 한글로 명기된 까닭에 통역인 도영빈 사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버나디나는 자못 신중한 표정으로 투표에 임했다. 투표란에 오른 후보들을 보며 하나하나 "이 선수가 누구냐"고 물었고 도 사원은 스마트폰으로 해당 선수의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을 해줬다.
도 사원은 "헥터 노에시는 2년째인 데다 투타 대결을 펼쳐 등번호를 보고 국내 선수들을 안다"면서 "그러나 버나디나는 올해가 첫 KBO 리그 시즌이라 아직 낯설어 한다"고 귀띔했다. 옆에서 함께 투표하던 두산 유희관은 버나디나의 투표지를 보더니 "이 선수는 괜찮고, 저 선수는 좀 아니다"며 자못 훈수를 두기도 했다.
버나디나는 올 시즌 타율 3할6리 11홈런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4월까지 타율 2할5푼5리로 부진했지만 5월 3할1푼2리에 이어 6월 3할7푼3리의 뜨거운 타격감을 뽐낸다. 5, 6월 각각 5홈런씩을 날리며 최근에는 3번 중심 타선에 배치됐다.
투표를 마친 버나디나는 "만약 선발이 된다면 첫 올스타전 출전"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더블A 올스타로 선정됐는데 메이저리그로 콜업되면서 출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버나디나는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투표하러 온 두산 닉 에반스를 본 버나디나는 "나는 너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에 에반스도 "나도 투표했다"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