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긴 어게인' 만난 이소라에게 찾아온 변화 "9집 준비할 것"

[제작발표회 현장]

JTBC 새 음악예능 '비긴 어게인'에 출연하는 가수 이소라 (사진=JTBC 제공)
가수 이소라는 방송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니다. 과거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을 때 잠깐 공개된 것처럼, 그는 대개 많은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던 이소라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아주 잘 잡혀있는 구도 내에서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풍경 '그림'과 '사진' 보기를 좋아했던 그는, 오감으로 맞는 '풍경'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깨달았다. 음악을 아주 엄격하고 엄숙하게 여겼던 태도도 달라졌다. 조금 더 마음 편히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모두 '비긴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난 덕이다.

2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JTBC 사옥 JTBC홀에서 새 음악예능 '비긴 어게인'(연출 오윤환)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비긴 어게인'은 '낯선 곳에서 새롭게 노래하다'라는 슬로건처럼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과 노홍철이 그들을 모르는 해외로 나가 버스킹을 하는 음악예능이다.


이날 이소라는 자신을 모처럼 '바깥세상'과 연결해 준 '비긴 어게인'에 대한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았다.

이소라는 "집에 오래 있다가 굉장히 오랜만에 나왔다. 어려운 프로그램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막상 가 보니까 더 어려웠다"며 "제가 지금까지 노래한 나날들 중 정말 몇 손가락 안에 꼽게 너무 고독한 나날들이었다"고 입을 뗐다.

뮤지션이 제 기량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도록 잘 세팅된 무대가 갖춰진 것이 아니라, 어떨 때에는 오롯이 '목소리'에만 의존해야 할 만큼 버스킹할 때의 환경은 열악했다. 고심 끝에 나온 선곡을 현장의 분위기 때문에 급히 바꿔야 할 때도 있었다.

이소라는 "노래하기 전에 선곡이 분위기에 안 맞아서 유희열 씨한테 짜증을 내고 저 혼자 가만히 길거리에 앉아 있는데 윤도현 씨가 그 사진을 찍더라. 제가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48년 살았는데 (제 사진으로 된) 사진첩이 한 권이 안 될 정도로. '도촬해서 미안해~'라고 하고 윤도현 씨가 그 사진을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고독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그토록 깊은 고독감에 빠졌던 이유는 뭘까. 스쳐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이소라는 "너무 힘들었다. 노래를 하는데 사람이 앞으로 그냥 지나간다. 저는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제가 노래하면 그 순간만큼은 제게 반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를 하는 편이다. (촬영 때) 몸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JTBC 사옥에서 '비긴 어게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소라, 오윤환 PD, 윤도현, 유희열, 노홍철 (사진=JTBC 제공)
하지만 '비긴 어게인'을 통해 새로 얻거나 배운 점도 많다. 스스로 '혼신의 힘'을 쓴다고 할 정도로 음악에 있어서는 철저하고 엄격했던 이소라는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되겠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집에 우울하게 있으면서 노래도 등한시했다. 제가 할 줄 아는 것 중에 오래 해서 제일 잘하는 것인데도. 그렇게 있다가 밖에 나와서 한 번도 같이 연주하거나 뭔가 부탁도 해 본 적 없는, 그냥 알고만 있던 동료들한테 도움을 청했다. (버스킹을 할 때에는) 분위기에 따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바꿔서 불러야 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전혀 제가 생각하던 분위기가 아니라 생각 자체를 바꿔야 되는 경우가 있었다. 저는 노래만 하는 사람이라 연주는 두 분(유희열·윤도현)한테 맡겼다. (지금까지는) 누구한테 부탁할 때 너무 미안해서 그런 걸 잘 못했다. 기대게 되는 마음들, 그게 늘 안 좋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뭘 같이 하면서 화도 냈다. 특히 유희열 씨한테 많이 화를 냈던 것 같다. 집에서 엄마한테 하는 것처럼.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웃음) 제가 노래를 지금까지 너무 엄숙하고 엄격하게 했는데 그렇게만 할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혼자 뭘 고심하기보다는 잘 안 되면 옆에 있는 사람, 맘에 맞는 사람과 같이 음악을 나누는 게 좋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또 밖으로 좀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좋고 풍경이 좋더라."

동료들과 함께 한 음악여행에서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받고 왔다는 이소라는 9집 앨범 준비도 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동률과 작업한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를 선공개한 바 있다.

이소라는 "여행을 통해서 느낀 건 나 혼자 그런 게 아니라는 것,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9집 앨범도 빨리 내도록 하겠다. 그동안 돈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노래를 받고 그 노래를 안 쓰고 새로운 노래를 받고 하는 과정들이 저한테도 너무나 힘들었다. 조금 쉽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비긴 어게인' 팀은 지금까지 아일랜드, 영국에서 버스킹을 벌였다. 아직 한곳의 여행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소라·유희열·윤도현·노홍철이 만드는 JTBC 음악예능 '비긴 어게인'은 오는 25일 오후 10시 30분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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