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사실은 정부의 자연 방사 프로젝트가 적절하지 않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21일 논평을 내어 "지리산 권역은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대형 포유류의 이동 면적 확보에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보고가 이미 2005년 나왔다"며, 복원사업의 즉각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녹색연합은 "복원사업은 예산낭비 뿐만 아니라 환경 행정의 불투명성을 확산시키는 일"이라며 "곰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진행하고 있는 종복원 사업에 매우 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환경부는 김천 수도산에서 지난 14일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지난 2015년 지리산에서 방사한 우수리 아종의 수컷 곰인 'KM-53'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위치 추적이 끊긴 이 곰은 백두대간을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통과한 뒤 덕유산 등을 거쳐 80km를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리산과 덕유산 권역을 잇는 사치산 생태통로 설치 등이 곰의 이동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덕유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이 개체가 생태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면 육십령, 사치재 등에 설치된 무인카메라 영상을 제시해야 마땅하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추측을 근거로 생태축 복원 사업마저 효과를 거뒀다며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래 무리가 생기면 그런 개체들이 발생하고 곰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며 "당국이 그동안 권역을 이탈하는 곰들을 계속해서 다시 돌려놓는 작업을 해왔으면서도 그만한 예견조차 못했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또 "이번에 포획된 곰은 등산로를 조성하는 인부의 간식을 먹다가 발견됐다"며 "야생곰은 사람과 마주치지 않는 게 정상인데도 사육곰과 유사한 습성을 보인 것에 대해 환경부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반달가슴곰은 당시 산책로 공사 중인 직원들이 한켠에 놔둔 초코파이 12개들이 한상자와 팩음료를 직접 뜯어 먹은 뒤 사라져 '초코파이 곰'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지리산 반달곰 복원 사업은 지금 진행된다면 결코 추진될 수 없는 사업"이라며 "종복원 전문가도 없던 2002년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주먹구구로 해온 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