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숨진 노동자들의 동료들은 코레일이 내놓은 '땜질처방'으로는 머지않아 제2의 사고가 또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 광운대역 물류기지에서 화물차 뒷부분에 매달려 근무하던 조모(52) 씨는 지난달 27일 선로에 떨어진 채 발견됐다.
조 씨는 열차가 멈추면 20량짜리 열차 일부를 분리하는 이른바 '입환' 작업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쓰러진 조 씨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현장조사를 벌인 뒤 이 상태로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해당 작업장을 최근까지 임시 폐쇄했다.
폐쇄 직후 당국은 "열차에 매달린 노동자들을 보호할 안전난간 등을 설치하라"는 등 열차 개조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코레일이 "노동자들이 작업중 열차에서 뛰어내리지 못 하도록 하겠다"라며 이른바 1차 '셀프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코레일은 이런 당국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근무 방식만 바꾸게 하겠다는 식의 2차 대책을 내놨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코레일 내부문서에는 "차량을 개조할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화물 수송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탑승을 금지하고 도보로 입환하는 것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고 화물열차 운행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환작업 시 열차에 매달리지 않고 직접 걸어서 작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안전한 대안"이라며 "내부 문서에서 열차 개조에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한 건 그저 현실적인 어려움을 같이 설명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노동청은 지난 19일 코레일의 2차 대책을 받아들여 광운대역 물류기지에 대한 폐쇄조치를 해제했다.
그러나 숨진 조 씨와 광운대역에서 함께 근무하던 현장 노동자들은 이러다간 사고가 또 나올 수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잖아도 열차 분리작업은 업계에서도 '극한 직업'으로 꼽히는데 이들은 최근 인력감축으로 피로도가 극심해진 상황.
동료 김영림 씨는 "평균온도가 5도 이상 높은 자갈밭을 하루종일 걸어야 하는 근무 특성상 일사병에 걸릴 위험이 크고 심하면 열차에 치일 수도 있다"면서 "열차를 타지 못하고 일일히 걸어다니려면 업무량이 많아질 텐데 인력보강도 없다더라"고 탄식했다.
이어 "당장 내일부터 작업하라고 하는데 새로운 작업 방식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되면 회사나 당국은 제2의 사고가 또 나올 수 있는 걸 알고도 방치하는 셈이 아니냐"고 일갈했다.
조 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허재원 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근무중 체력이 다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고 열차가 오고 있는데 선로 위에 가만히 서 있던 적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또 광운대역과 주변 역들의 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위험에 빠뜨린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로 코레일을 노동청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