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3일 정씨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정씨를 2차례 소환조사하고 주변인물들을 불러 보강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정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직시절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로 지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기존 이화여대 비리 등 혐의에서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정씨가 어머니 최씨와 아버지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알고 있었고, 최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박 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고 이번 두 번째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특히 검찰은 정씨가 지난해 6월 삼성그룹의 승마특혜 지원 사실을 확인하고 독일로 출국한 배경에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다는 내용도 영장에 포함했다. 정씨는 같은해 7월 독일에서 최씨 측근에게 삼성의 지원 내용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따라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범죄수익을 숨기는 역할을 한 정씨도 국정농단의 핵심인 만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정씨가 덴마크 구치소에 수감됐을 당시 쓴 자필편지를 확보해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증거로 제출했다.
이 편지에는 "삼성의 승마지원 전례를 모아달라" 등 정씨가 최씨 측과 검찰수사의 대응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겼다.
또 "몰타 국적을 취득하는데 5억원이면 된다고 한다"며 해외도피를 추진한 정황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편지를 정씨의 마필관리사 이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사진파일 형태로 확보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검찰의 수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정씨의 구체적 행위나 범행가담 정도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정씨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정씨를 불구속 기소할지 덴마크 법무 당국과 외국환관리법 등 혐의를 추가해 수사를 더 이어 나갈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범죄인인도법 관련 규정에 따라 정씨에게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기소하기 위해서는 덴마크 당국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