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같다"…문재인 대통령이 美에 던진 메시지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불협화음 경계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문대통령은 이달 말 열릴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이견이 없음을 미국 언론을 통해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의 뉴스 프로그램 '디스 모닝(This Morning)'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오토 웜비어의 사망 사건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서 웜비어에 대한 불공정하고 잔혹한 대우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을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북한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북한을 방문 중 15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고국으로 돌아와 결국 이날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 내 북한에 대한 반감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반인권적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음을 확인함로써, 궁극적으로 북한과 대화를 추구하는 우리 정부와 미국 사이에 불협화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종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웜비어의 유족에 조전을 보내는 한편, 이례적으로 외교부나 통일부가 아닌 청와대 차원에서 직접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한 것 역시 이를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북핵을 중단하면 한미군사훈련도 줄일 수 있다'며 발언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경고했던 것 역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웜비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 제재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당장 코앞에 닥친 한미 정상회담에서 현 정부와 미국 간 대북정책 조율이 어려움을 겪는다. 문 대통령의 조전은 (이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북한을 '비이성적인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우리는 북한 핵 문제를 제재와 압박만으로 푸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화는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면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며 그 다음 단계로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단계적 접근에 대해 미국에서도 지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를 함께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도 제재와 대화 등을 함께 열린 테이블에서 논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문 대통령이 공식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힌 것은 청와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미 측과 최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남북 대화 추진에 대한 미국의 지지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서는 이같은 주제에 대해 미 측과 대화의 물꼬를 트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기 떄문이다.

특히 사드(THAAD) 배치 문제 등 미국과 논의해야 할 껄끄러운 의제가 남아있는 가운데 정부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상호 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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