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에 제동걸린 '씨티銀 통폐합'… 은행 점포 폐지 '갈림길'

노조 '결사반대' 투쟁 예고, 정치권 "문재인 정부 일자리 공약과 배치돼"

씨티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겠다며 대규모 점포 감축에 나선 가운데 소속 노조의 강한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야심차게 추진한 전략에 급제동이 걸렸다.

씨티은행이 점포 감축의 명분으로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를 내세우는 것을 감안할 때,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전 은행권의 점포 폐지 수순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126개 소매금융 영업점 가운데 101개의 점포를 폐쇄하고 다음달 7일부터 순차적으로 약 10개씩 폐점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오는 10월까지는 점포 폐점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목표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점 통폐합이 이뤄지게 되면 소매금융에서 일부 위축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줄이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디지털로 이용자들을 유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점 폐쇄를 거부하는 이용자들도 소규모 있을 수 있지만, 이 때문에 디지털로의 전환을 안할 수는 없다"며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현재 1350여명 가량인 영업점 인력을 WM센터와 여신영업센터, 영업점, 본부 집중화 세일즈, 비대면 디지털센터 등으로 재배치하는 한편, 인력 축소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점포 폐점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예정된 수순을 밟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를 폐지하면 고객 이탈이 가시화되고 직원들의 근로조건 악화가 자명하다며 사측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또한 현재 600명 정도 되는 일부 파견직원들의 해고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집 앞에 널린 게 은행인데 점포를 폐점하면 고객 이탈은 당연하고 아직 폐점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파견직 근로자들이 해고 위험에 내몰리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점포 폐점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사 협의는 전무하다 지난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주최로 처음 노사간 면담을 통해 21일부터 노사간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입김도 매섭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공약과 배치된다며 여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9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직접 박 행장을 국회로 불러 점포 폐쇄 관련해 논의했다.

같은당 박용진 의원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사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씨티은행의 점포 폐쇄 계획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여러 심각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조속한 대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씨티은행의 경영방침은 민생과 일자리 창출을 먼저 챙기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기조와도 정면 배치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시중은행들의 점포 축소 실태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올 들어 씨티은행이 133개 점포 가운데 101개를 폐점하면서 가장 많은 점포수를 줄이는 등 국내 17개 은행이 올해 289개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 의원은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을 늘리고 대면 채널을 줄이면서 고객들의 피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며 "스마트폰을 80%가량 소유하면서도 모바일 뱅킹 사용율이 5%에도 못 미치는 고령자에 대한 대책 없이 금융접근성을 낮추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씨티은행을 둘러싼 노조-정치권의 공방이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애시당초 고수익을 추구하는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 사태를 일반화 할 수 없다면서도, 은행권의 디지털화에 따른 점포수 감축, 인원 감축은 피치못할 수순이라는 의견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기존과 같은 대면 채널은 고령자 등을 고려할 때 기본 인프라 수준으로 유지돼야 하며, 대면 채널을 무조건 없애겠다는 씨티은행의 행보는 섣부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비대면채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건 맞지만, 분명한 은행의 역할이 있고 고령자를 포함한 고객 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물이 씨티은행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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