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를 앞두고 김호철 감독이 발탁한 선수단은 그동안 한국 배구를 대표했던 구성과는 크게 달랐다. 김호철 감독은 ‘한국 배구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대표적으로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서재덕, 전광인(이상 한국전력) 등 한국 배구를 대표했던 ‘간판 공격수’가 부상과 재활 등의 이유로 합류하지 않았고, ‘붙박이 주전 세터’ 한선수(대한항공)를 대신해 이민규(OK저축은행)와 노재욱(현대캐피탈), 황택의(KB손해보험)까지 ‘젊은 세터’가 부름을 받았다.
의욕적인 출발이었지만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렵게 월드리그 2그룹 잔류를 이뤘던 지난해 대표팀과도 ‘무게감’ 면에서 떨어진다는 객관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김호철호’는 분명한 성과를 냈다. 9경기에서 5승 4패하며 목표였던 ‘최소 4승’과 ‘월드리그 2그룹 잔류’를 모두 달성했다. 특히 22년 만에 월드리그 5승을 거두며 기대 이상의 결과까지 가져왔다.
V-리그 5년차 라이트 공격수 이강원(KB손해보험)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된 박주형(현대캐피탈)도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대표팀 내 분명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여기에 3명의 세터도 돌아가며 경기에 투입돼 각기 다른 성향의 경기 운영으로 22년 만의 월드리그 5승을 이끌었다.
이번 월드리그에서 제대로 ‘주전 공격수’로 우뚝 선 이강원은 “배운다는 생각으로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다. 지금도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운이 좋았다”면서 “자신감보다는 책임감이 컸다. 앞으로도 계속 대표팀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V-리그에서 ‘수비형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확실한 자기 몫을 했던 박주형도 “이번 대표팀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면서 “계속 경기하고 싶고, 공도 더 때리고 싶었다. 앞으로도 대표팀에 불러만 준다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이들은 이번 대표팀이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둔 분명한 이유로 ‘낮은 기대치’를 꼽았다. 이강원은 “대회 전 낮은 기대에 더 이를 악물고 경기했다”고 했고, 박주형도 “약체라는 평가 때문에 더 열심히 했는데 떳떳하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낮은 기대치 때문에 이를 악물고 코트에 나섰던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서로가 즐겁게 경기했다는 후기를 쏟아냈다.
김호철 감독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모든 월드리그 일정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우리 앞으로도 재미있게 살자”는 당부를 남겼다. 김호철 감독과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재미있는 한국 배구’가 더욱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