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소나타면 우린 뭐 타지?…진풍경 부른 康외교

'하이브리드' 차량 선택에 "순혈주의 타파" 별난 해석도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배기량 2000cc짜리 중형차를 관용차로 정했다는 소식이 부처 안팎에 잔잔한 파장을 낳고 있다.

'공용차량 관리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공무원들에겐 관용차가 지급되며 관례적으로 장관급은 3800cc, 차관급엔 3300cc의 국산 대형 승용차가 제공된다.

현재 기준으로 장관들은 통상 '제네시스 EQ900'을, 차관들은 'K9'이나 '체어맨'을 타고 있다.

강 장관의 차종은 '소나타 하이브리드'여서 일반 2000cc 차량보다는 고급이지만 EQ900 등에 비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의전을 중시하는 관가의 특성상 부하 직원들의 차량 선택이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외교부 내에선 "이젠 소나타 하이브리드 급 이상은 못 타는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강 장관이 방점을 둔 것은 차량의 배기량(급) 보다는 '하이브리드'라는 구동 방식에 있다.


그는 19일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굳이 소나타를 타겠다는 것 보다는 하이브리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타게 됐다)"고 말했다. 말단 직원이 상위 차종을 타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차량 '다원화'의 토양이 만들어진 셈이다.

강 장관의 '관용차 다이어트'는 의외로 별 무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초의 여성, 최초의 비(非) 외무고시 출신 장관으로서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하는 스타일 상 자연스럽게 비춰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순혈주의와 특권의식에 젖은 외교부를 개혁하고 외교 지평을 넓히라는 특명을 받고 임명된 만큼, 자신부터 특권 내려놓기를 몸소 실천한 것일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종(異種) 간의 혼합을 뜻하는 하이브리드 차종을 고른 것을 놓고 "순혈주의 타파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 아니냐"는 꿈보다 해몽식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한 이미지 못지않게 진짜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 할 것이라는 다소 냉정한 반응도 있다.

외교부의 한 과장급 간부는 "중요한 것은 당장 코 앞에 닥친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우선 능력을 보여줘야 이같은 조치에 대해 외교부 공무원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장급 간부는 "외교에 있어 보여지는 의전이나 경호도 중요한데 실무선에서는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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