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물어 말라버린 하천…물고기 떼죽음 '생지옥'

파리만 득실…마을 토박이 "생전 이런 광경은 처음"

"수천마리는 될 것 같아유."

바짝 마른 하천 바닥에 수북이 쌓인 물고기를 바라보던 윤성길(76)씨는 20일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밭농사하는 윤씨는 세종시 전동면 토박이다.

마을 인근을 지나는 경부선 철로 아래 샛길도 손금처럼 훤하다.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다"는 윤씨지만 이번 가뭄에는 한숨부터 나온다.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조천천 일부가 이렇게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평생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는 그는 "너무 안타깝다"며 단순하지만 분명한 한마디로 상황을 설명했다.

사실 외지인이라면 이곳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란 어렵다.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그렇다.

윤씨가 지목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무섭게 비릿한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갈라진 하천 바닥 곳곳에는 떼죽음한 물고기가 내리쬐는 햇볕에 썩고 있었다.

'물고기 무덤'은 축구장 반 정도 면적 하천 바닥 곳곳에서 목격됐다.

한쪽으론 풀 한 포기 없는 봉분처럼 층층이 포개진 채 군집을 이룬 모습도 보였다.

간간이 아가미를 벌렁거리며 마지막 힘을 내는 것도 있었다.


힘없이 꼬리를 파닥거리는 것도 있었다.

이들에겐 그러나 희망이 없어 보였다.

주변엔 물은커녕 웽웽 소리를 내는 파리만 들끓었다.

고랑이 파인 곳은 더 심각했다.

야구 홈 베이스에서 1루까지 정도 되는 거리의 길고 좁은 천 바닥을 따라 하얀 배를 드러낸 물고기가 가득했다.

잉어, 가물치, 붕어 등 어종도 다양했다.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는 윤씨는 가뭄에 생사가 걸린 물고기를 위해 이날 천렵 장비를 챙겼다.

아직 살아있는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기 위해서다.

다른 주민과 함께 그물질을 이어가던 그는 인근 연못에 물고기 몇십 마리를 풀어놨다.

윤씨는 "진작에 더 많이 잡아서 이동시켰으면 좋았을 뻔했다"며 "이번 가뭄은 참 심하다"고 혼잣말했다.

세종시 최근 6개월 강수량은 122.0㎜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4% 수준이다.

열흘 남짓 남은 이번 달에도 강수량은 평년(149.6㎜)보다 적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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