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광주 다루다 보니 위축된 적 있어"

오는 8월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이 5·18 민주화 항쟁이 일어났던 광주를 소재로 한 영화를 찍다 보니 위축된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20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장훈 감독의 신작 '택시운전사'는 광주 민주화 항쟁을 취재하려는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광주로 떠나는 서울 택시기사 만섭(송강호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택시운전사'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중 하나임에도, 여전히 일부 극우세력에게 의의와 가치를 '도전'받는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다.

'택시운전사'가 촬영되었던 시기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창작자들을 옥죄었던 박근혜 정부 때였다. 5·18 추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 제창할 수 없었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장훈 감독은 "준비하던 당시와 지금이 좀 많이 달라졌다. 준비하던 당시에는 아무래도 좀, 작품 소재가 광주를 다루다 보니 위축되고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준비했지만, 지금은 시대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고 그 다른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시대의 분위기'가 창작자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주변 영화인들이 보편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같이 느낀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영화를 제작한 이후에 제작사가 투자를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 이런 걸 들으니 아무래도 완전히 자유롭게 시대의 분위기를 떠나서 작품을 준비하고 만들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들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으로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만섭이 (극중에서) 택시 운전을 했던 것처럼, 저도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분위기와 상관없이 만들었다"고 밝혔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영화라는 점은 배우들에게도 작지 않은 의미로 다가왔다. 송강호는 "저는 중2때 라디오로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 나온 건) 사실은 다 가짜 뉴스였죠. 언론 통제가 돼서. 한동안 정말 국가에서 교육시키는 대로 이 비극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정말 아프고 정말 잊지 못할 아픔을 지닌 본질을 알게 됐고, 특히 이 작품을 통해서 힌츠페터 기자 분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열정, 이런 것들을 알게 되면서 배우로서도 숭고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저는 그때 초등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이렇게 큰 일인지 몰랐다. 세월이 가면서 정말 다시는 있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요번 작품을 하게 돼 더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1986년생으로 그 시대를 직접 겪지는 않았던 류준열은 "교과서로 알았고 영화를 준비하면서 다큐도 보게 돼 전혀 몰랐던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 기회를 빌어서 더 알게 되었다. 그 당시의 소시민들의 감정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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