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유족 "경찰 원격사과 황당…강신명 같이 와라"

사망진단서 재발급 과정에서 서창석 병원장 나타났으나 사과하지 않아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사인 정정에 따른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경찰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뒤 317일 만에 숨진 故백남기 씨 유가족들이 경찰의 이른바 '원격사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연합 '백남기투쟁본부' 등은 20일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백 씨 장녀 백도라지 씨는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를 두고 "원격사과는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자기 사무실에서 사과를 발표하는 건 무슨 경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개인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서 막무가내 사과를 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유족들 반응이 당연하다'고 하던데 그걸 아는 사람이 이러시는 게 황당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과 내용에는 뭘 잘못했는지가 빠져 있다"며 직사살수·부검 시도·장례연기 책임과 함께 용산·강정·밀양 등에서의 과잉진압도 함께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이 청장이 백 씨의 전남 보성 자택에 방문해 다시 사과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정 오시려거든 강신명 전 청장과 같이 오시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박석운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경찰의 '사과 쇼'는 아무도 진정성 있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경찰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적폐 1호 이철성 청장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와 부인 박경숙 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발급받은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선명하게 표시되어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최근 '질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된 사망진단서를 서울대병원 측으로부터 다시 발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창석 병원장이 가족들에게 별안간 나타났으나 직접 사과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 측이 "책임 있는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으나 서 병원장은 "진단서가 이제라도 정정돼 잘 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찬 카톨릭농민회 회장은 이에 대해 "서 병원장과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진단서가 왜 병사로 기재됐는지 국민들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진단서 변경 이후 백 씨 사망의 책임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가족 법률대리인단장 이정일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를 미적거리며 600일을 허비했다"면서 "혹 이러다 이 사건에서 말단직원들만 기소하고 만다면 검찰은 개혁대상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농민 백남기 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중이던 서울 종로구청 앞 사거리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해 9월 25일 317일 만에 결국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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