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막는다지만…이미 치솟은 집값 '대책 없다'

6.19대책 '실효성' 의문…"LTV·DTI 규제로는 투기자본 타격 없어"

문재인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인 '6.19조치'를 내놨지만, 시장 냉각을 우려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제외하면서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집값과 전월세가 이미 치솟아있는 상황에서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에 치중하다 보니, 자금 여력이 넘치는 투기세력보다는 서민 등 실수요층의 심리적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19조치'는 전국 40곳의 청약조정지역에서 LTV를 70→60%, DTI를 60→50%로 강화하고 서울 모든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게 골자다.

가령 지금까지는 이들 지역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7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6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 연간 소득이 5천만원인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상한선은 3천만원→2500만원으로 낮아지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 LTV·DTI를 40%까지 규제하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이번 대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입주 물량 증가 등 '자체 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시장을 급랭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부동산 과열 현상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엔 보다 강력한 카드를 언제든 꺼내들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은 "이번에 사용한 수단의 강도는 '중' 또는 '중상' 수준"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시엔 투기과열지역 지정 등 강도 높은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력한 '한방'이 없다 보니 시장에 주는 '시그널'도 그리 강력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대출 규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차익을 노리는 가수요(투기세력) 차단에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주호 간사는 "주택가격과 전월세가 이미 너무 높은 게 문제"라며 "집값 자체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세입자와 중산층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다주택자 중과세 등 근본적 대책이 모두 빠져있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과열현상의 '주범'이 된 재건축 투자 수요에 대한 규제도 당초 예상보다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규제의 핵심인 초과이익환수제 정상 시행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11.3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번 대책이 민간물량의 '수요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공적물량의 '공급 관리'를 통해 서민 주거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4%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을 10% 이상까지 늘려야 주택 시장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내 공적임대주택 17만호 공급과 주택시장제도 개편 등은 이번 대책과 별도로 좀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8월말까지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좀더 진일보한 부동산 대책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이번 대책은 국지적인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지, 기본적으로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방안은 아니다"라며 "8월 종합대책에 필요한 내용을 더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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