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상임위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당초 이날 예정된 김현미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여부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이외에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은희 환경부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 일정 논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부적격자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당분간 오늘부터 상임위 활동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이날 의총 후 “상황이 이 지경인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은 인사청문회에는 참석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인사실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와 더불어 20일에는 여당의 반대에도 국회 운영위를 소집할 계획이다. 야당은 국회 운영위에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을 출석시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문제를 점검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대여 압박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북핵 동결 시 주한미군 전략무기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을 두고도 야당은 문 특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은 문 특보의 발언으로 한미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미 이견을 노출 시켰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 특보의 발언은 지난 50여년간 피로 지켜온 한미동맹을 한 방에 깨트릴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북한과 중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자의적 핵개발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한미 정상회담을 눈앞에 두고 외교안보 특보가 이렇게 민감한 문제를 불쑥 꺼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한미관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엇박자가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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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야당이 공세에 집중은 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전주에 비해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80%에 근접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데다 정권 출범 한달여만에 반대만 주장하고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한만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지지율이 올라야 하는데 눈에 띄는 수치 변화가 없는 것도 반대의 명분을 약하게 하고 있다.
심각한 가뭄과 청년층 일자리 문제 해결 필요성, 검찰개혁 등에 대한 여론이 높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 심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무턱대고 반대하면서 손을 놓을 경우 자칫 ‘발목잡기’로 비쳐져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할 수밖에 없다.
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전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전면 보이콧 가능성은 낮다”고 하는 등 여·야의 냉각기가 길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