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회의 "법원행정처 권한남용 추가조사" 결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 대한 조사도 포함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19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등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에 대한 '추가조사'를 결의했다. 앞서 불거진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미흡하다고 본 것이다.

전국 법원에서 뽑힌 100명의 판사들은 이날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열고 이같이 밝히며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기획과 의사결정 실행에 관여한 이들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추가조사 시행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여부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조사를 시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추가조사가 아닌 '재조사' 가능성은 없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회의 공보를 맡은 수원지법의 송승용(43·사법연수원 29기) 부장판사는 "안건이 '진상조사결과에 대한 추가조사 혹은 재조사 여부'였는데 판사들이 '추가조사'에 대해 결의했다"면서 "재조사는 기존 조사결과를 완전히 새롭게 할 필요가 있을 때 한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회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저지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참석하며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 3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시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설문조사'에 대한 학술행사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이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 냈다.

그럼에도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관리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달아 열렸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가 전국법관대표자회의 개최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의혹 진상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을 포함한 책임 규명 및 책임 추궁 방안 △사법행정권 남용 재발방지 대책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 모두 4개의 안건이 상정됐다.

단,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의 이원화 문제는 공식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는 지법 부장판사에서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기 위해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행 인사제도에 대한 지적에서 나온 문제였다.

회의는 각 안건에 대해 판사들 각각 10분씩 발언한 뒤 자유토론을 거쳐 공통의견이 나오면 의결하는 식으로 진행 됐다. 자유토론 과정에서 '부장', '법원장' 등 서로간의 호칭을 생략하고 '판사'로 통일했다.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앞서 오전 회의에서 수원지방법원의 이성복(57·16기) 부장판사가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 의장을 보좌할 간사로는 송 부장판사 외 김도균(47·27기)·박경열(41·37기)·이연진(35·37기) 판사 등 모두 4명이 뽑혔다.

송 부장판사는 "안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토론하다보니 분과회와 소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 상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오늘 회의에서 의결하지 못한 부분은 차일 속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기된 고발 사건을 이날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15일 양 대법원장과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전·현직 고위 법관 8명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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