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특보께는 별도로 연락을 드렸다"며 "앞으로 있을 여러가지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정중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문 특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 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직후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며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문 특보의 발언을 놓고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남짓 앞둔 시점에 한미간 대북 공조에 엇박자가 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게 제기됐고, 청와대는 전날 "문 특보 개인의 학자적 견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 특보가 방미 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대북정책 관련 여러 의견을 전달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이날 청와대가 서둘러 문 특보에게 일종의 '자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주말을 전후해 관련 기사들이 계속 나왔기에 오늘 (문 특보에게) 별도 연락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현재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는 상황들을 타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있을 수 있다"며 "(문 특보의 발언은) 그런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또 "그리고 (전략자산 축소 등은) 한미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돼야 할 사안이지 어느 한 분이 말씀을 하신다고 해서 실행될 가능성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특보의 워싱턴 발언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나 취임 후 견지한 자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열흘 앞둔 시점이라는 전략적 접근이 청와대 내부에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북한이 우선 핵을 동결하고 그것이 검증된다면 한미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최근 6·15 기념사에서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없이 대화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들어 남북대화 가능성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핵동결을 전제로 한 대화에는 부정적이다. 헤더 노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한다"며 핵동결 이상의 선제적 조치가 전제조건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922)가 최근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되면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도 청와대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북핵 동결을 북핵해법의 1차적 목표로 둬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는 변함없지만,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내 여론 등을 감안해야하는 현실론도 만만찮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청와대는 사의를 표명한 홍석현 통일외교안보 특보에 대해 해촉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