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당장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한미정상회담과 다음달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산적한 외교 현안에 대한 시급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이 코앞에 닥쳐왔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여러 정상과 회담이 예정돼 외교부 장관 자리를 도저히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야당도 널리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차를 함께 하면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으셨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을 거다. 국회에는 좀 유감"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두 차례에 걸쳐 채택되지 못한 것은 물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3당이 강 장관 임명철회와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일종의 '섭섭함'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 간 인사에 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그게 마치 선전포고라든지 강행이라든지, 또는 협치는 없다든지 마치 대통령과 야당 간에 승부,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이 강 장관 임명을 '협치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고 국회 일정 보이콧과 장외투쟁 검토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셈이다.
또 야권이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과 관련해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로 불러 '인사참사' 경위를 따지겠다고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국회, 특히 야당과의 협치를 언제나 중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강 장관 임명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취임식과 동시에 야당을 방문하고 또 여야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협치와 의회 존중의 진심을 보였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이런 진심을 (야당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실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이런 진심은 문재인 정부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가 임기 초반 국정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야당에 선제적으로 협치의 진심을 보이고 있는데, 인사 문제를 꼬투리 잡아 협치 포기 등으로 프레임을 만드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번에 (인사 문제를) 겪으면서 안경환 후보자가 사퇴하게 돼 안타깝다"며 "한편으로는 목표 의식이 앞서다보니 검증이 약간 안이해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해 야권의 검증 실패 주장 일부를 수용했다.
야권이 인사 문제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발목잡기'는 부당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인사 실패라는 야권의 주장 일부를 받아들임으로서 강대강 대결을 피하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줄줄이 예정된 장관 인사청문회는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만큼 야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