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승사자 '기업집단국'…50명 규모 매머드급 추진

재계·정치권도 관심, 김상조 위원장 "요구의 반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기업 조사국 신설을 놓고 공정위와 행자부가 인력 확충 등에 대한 조율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가칭 기업집단국의 규모는 산하 5개과에 공정위 전체 직원의 10%수준인 50명이 투입되는 매머드급이다.

재계와 정치권까지 대기업 조사국의 인력과 조직 규모 등에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공정위와 행자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공정위 대기업 조사국 신설안…재계·정치권도 관심

공정위 조직개편 태스크포스(TF)는 대기업 조사국 신설에 따른 조직개편 방안을 확정짓고, 행정자치부와 인력 확대 등에 대한 조율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의 안은 경쟁정책국 내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승격시키면서 산하에 5개 과를 두고 공정위 인력의 10% 정도인 50여명을 증원하는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 경쟁정책국의 기업집단과를 기업집단국으로 옮기고 대기업집단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총수일가 사익편취, 지주회사 전환, 지배구조 개선 등을 담당하는 과로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강화하면서 중견기업의 불공정행위 감시까지 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12년만에 부활되는 대기업 조사국 자체가 기업이나 정치권 등에서 민감한 문제라 재계와 정치권에서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김상조 위원장 "요구의 반이라도 반영됐으면 좋겠다"

기업집단국 신설이 행자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를 통해 결정될 문제이고 행자부도 각 부처의 요구가 많아 공정위는 말을 아끼며 신중하게 협의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과거에 노대래 위원장때도 행자부와 협의를 벌이다 협의안이 미리 거론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어 직원들에게 철저한 함구령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논의하러 행자부가서 대통령공약사항인 기업집단국 신설 공약사항이라고 말했더니 다른 곳의 공약사항도 이만큼 있다고 답변했다"며 "공정위에서 기대하는 안의 반이라도 됐으면 다행이라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또 "행자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기업집단국의 무슨과를 어떻게 하겠다고 말해봐야 별 의미 없는 희망사항일뿐"이라며 "행자부와 국정기획자문위 등 다른 부처와 열심히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행자부 관계자도 "인력을 몇 명 늘릴지 공정위와 조율을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협의안은 밝히기 어렵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재계, 공정위 인력·조직 확대에 늘 반대입장

공정위 정원을 늘리려고 하면 재계에서 민감하게 나서며 로비까지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정위 조직과 인력 확충을 재계에서는 달가와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을 편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정위 정원이 532명에서 4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내외적인 기업들의 수법이 첨단화되고 있으나 공정위가 2013년 디지털포렌식센터 구축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요구해온 포렌식조사과 신설은 4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디지털포렌식팀이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는 5명 뿐이고 그나마 행정지원 인원을 빼면 3명, 전문가는 1명밖에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이다.

공정위는 행자부와 협의가 마무리되는대로 국무회의에 공정위 직제 개편에 대한 대통령령 개정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 대기업 조사국 14년만에 부활…과거 '재벌 저승사자'로 불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기업집단국 신설에 대해 재계에서는 국민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던 공정위 '조사국'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때 공정위 조사국은 대기업 관련 직권조사 전담조직으로 50여명의 정예인력이 투입돼 30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주력했다.

조사국은 1998년이후 3차례에 걸친 부당 내부거래조사를 통해 삼성과 현대, 대우, LG, SK 등 5대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17조 8,500억원을 밝혀냈다. 과징금 1,700억원이 부과됐다.

하지만 과도한 직권조사에 대한 재계의 강한 반발로 2005년 폐지됐고 주요 기능은 경쟁정책국과 시장감시국과 카르텔조사국으로 분산됐다.

이번에 기업집단국이 구성되면 12년만에 대기업 전담 조직이 다시 생겨나는 셈이다.

전문성과 조사능력을 갖춘 기업집단국 신설을 통해 과거의 조사국보다도 훨씬 더 치밀하게 대기업의 불법행위를 제재하고 지배구조 개선 등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는 김 위원장이 "재벌을 몰아치듯이 개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기업집단국 구성과 운영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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