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어 외교부도 고강도 개혁···순혈주의가 제1타깃

文 "외교부, 지나치게 선후배 중심으로 폐쇄적"···강경화 "새로운 피"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외교부에 대한 고강도 개혁의 신호탄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강 장관을 통해 외교부에 다양한 변화의 바람을 이끌어 낼 것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외무고시 선후배 중심으로 폐쇄적인 구조로 돼 있는 것이 외교 역량이 더 커지지 못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외교부 공무원들이 개혁의 주체이며 관련 문제가 모두 외교부 공무원들의 책임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외교부에 좋은 엘리트가 많이 있지만 우리 외교역량이 우리나라의 국력이나 국가적 위상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 외교수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같은 발언은 '강경화호' 외교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강 장관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이다. 1999년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으로 외교부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2005년 국제기구정책관에 전격 발탁돼 외교부에서 두 번째이자 비외시출신으론 첫 여성국장이 됐다.

뿐만 아니라 강 장관은 정치권과의 인연도 별로 없어서 그간 외교부의 병폐로 지적돼 온 '정치권 줄서기'나 순혈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다.


하지만 동시에 외교부에 다년간 근무한 경험도 갖고 있어서 일정수준 외교부 내의 공감대를 얻어가며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의 이러한 배경 자체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부의 방향과 일맥상통하는데다,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외교부의 '순혈주의'를 직접 언급한 상태여서 개혁이 좀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장관 역시 업무의 비효율성과 인력부족을 지적하며 고강도 개혁을 예고했다. 그는 임명장을 수여받은 뒤 ‘인적구성 다양화’와 ‘새로운 피’를 언급하며 주류와 비주류 간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할 것임을 예고했다.

강 장관 임명으로 그간의 4대 강대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다변화를 추구하는 등 외교의 기본 방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외교가 관성적인 4대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면서 "우리 외교가 EU나 아세안 국가들이라든지, 아프리카까지도 외교를 다변화하고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부 수장 자리는 외시, 북미라인 등을 뜻하는 일명 '워싱턴스쿨'이 장악해 왔음에도 강 장관을 내정, 임명한 것은 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야당들은 강 장관에 대해 북핵이나 강대국 업무에 전문성이 약하다는 공격을 퍼부어왔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국제무대에서의 호평 등을 근거삼아 정면으로 반박해왔다. 향후 인적구성 다양화를 통해 여러 분야로 외교의 지평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강 장관이 외교부 내 어떤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보완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 "장기적으로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강 장관이 우리 외교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떠오르는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인도 총리와도 취임축하 통화를 하고, 아세안 등 다양한 국가에 특사를 보내는 등 '외교 다변화'에 시동을 걸어온 바 있다. 강 장관의 임명으로 이같은 노력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 장관 등 여러 장관 임명자 혹은 후보들을 보면, (문 대통령은)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가이지만 주류가 아닌 인사를 임명하며 뚜렷한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수십년동안 뿌리가 깊게 자리해 온 외교질서와 조직문화, 외교부만의 독특한 관행을 목표한 만큼 개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 "임명 초기인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내에서도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계자는 "실험적인 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외교부 개혁이 진행될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섬세한 개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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