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계단에 걸터앉은 50대 친구들은 부쩍 말수가 많아졌고, 자전거를 타고 남산을 넘어왔다는 중학생은 흐르는 물에 손발을 모두 담갔다.
충남 천안·대전 등 전국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만난 박치상(54) 씨는 "오전에 경복궁 한 바퀴 돌고 왔는데 너무 더워서 지쳐버렸다"며 "여기 와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듣고 하니 평화롭고 좋다"고 말했다.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남빈나(27) 씨는 "최근까지 바람이 많이 불고 비도 많이 오고 해서 봄이 왔다는 생각도 잘 안 들었는데 여름이 되게 빨리 온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차량이 통제된 광장 옆 세종대로(편도 6차선)에는 각종 장신구나 먹거리를 파는 시장이 열렸다. 역시 가족이나 친구의 손을 잡고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회사원 박찬민(43) 씨 가족은 대로에 설치된 그늘막에 앉아 컵에 담긴 지역특산 나물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물놀이 및 힙합공연을 관람한 뒤 불볕더위를 피해 찾아온 것.
박 씨는 "맨날 직장생활에 찌들어 있다가 이렇게 가족들과 같이 나오니까 신난다"면서 "유럽여행에 갔을 때 거리축제를 보며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딸 하연(12) 양 역시 "시원하다. 상쾌하다"며 웃어 보였다.
전날 개장한 충남 대천이나 부산 해운대·광안리, 제주 월정·협재 등 전국의 해수욕장에는 피서객 수만 명이 몰렸고 설악산과 속리산 등도 북새통을 이뤘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이 31.8도, 광주 34.1도, 대구 35.7도, 경북 경산시의 경우 37.1도까지 올라가면서 한여름 같은 불볕더위를 느낄 수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내륙지역의 경우 당분간 낮 기온이 33도 안팎을 보이는 등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라며 "노약자와 어린이는 한낮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