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아마 순도로 따지면,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곳이 외교부"라며 "그렇게 훌륭한 엘리트가 많이 모여 있는데도 외교 역량이 국력이나 국가 위상을 제대로 받혀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다 외교부 공무원들의 책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 정치적 상황, 남북 분단 상태 등으로 외교부가 마음대로 상상력을 펼치는 데에 제약이 많다. 그게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외무고시 중심의 조직구조가 외교분야 엘리트들의 역량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 공무원들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외무고시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조직이 구성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이제 우리 외교도 4대국을 넘어 EU(유럽연합)이나 아세안 국가들, 아프리카 국가 등 외교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대사를 임명할 때도 민간 전문가 등으로 임명의 폭을 넓히면, 우리 외교도 빠르게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또 "외교부 공무원들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라고 강조하며 "외교부를 바꿔나가 달라. 국가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에 강 장관은 "업무는 폭주했는데, 인력은 부족한 데다, 업무 방식의 비효율성 등으로 직원들이 상당히 피곤해하는 것 같다"며 "조직 내에 문화를 크게 바꿔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피를 수혈받을 수 있도록 관계 부처 실무 부분에 있어서 (민간 전문가 등의 충원이) 많이 확대돼야 할 것 같다"며 "인적 구성이 다양화되는 증원은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과 같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해주지 않은 것에) 좀 유감"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닥쳐왔고, 또 G20정상회의도 있다. G20정상화의 전에도 외국 여러 정상들과 회담이 있어, 외교부 장관 자리를 도저히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에 "국제무대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한국의 외교 외연도 넓히고 역량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반대했던 분들이 '아이고, 잘못 알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강 장관은 "이렇게 외교·안보 상황이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복잡한데, 그 중책을 맡겨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와 외교 지평을 넓혀가는 고민을 소신 있게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