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말해서 항공모함 같은 전략무기 자체가 한반도에 안 와도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하던 합동훈련 방식대로 하자는 것이다.”
문정인 특보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워싱턴 주재 특파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센터에서 열린 오찬 기조연설에서 했던 발언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한데 대한 발언이었다.
문 특보는 이날 오찬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소개하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과 같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미군이 전략무기를 전진배치하면 북한이 다시 미사일 등으로 도발을 하는 긴장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전략무기 배치가 없었던) 기존 방식대로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저의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내용을 보다 더 구체화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대화의 조건은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로 밝힌 미국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이 하지 않겠다면 우리도 안해야 되는 것이냐”며 “미국과 충분한 협의를 하겠지만, 북한이 도발을 않는다면 대화해야 하다고 본다”고 거침없이 발언했다.
미국의 대화 전제 조건에 우리 정부가 굳이 맞출 필요는 없으며,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조건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문 특보는 구체적인 대화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먼저 비핵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비핵화를 대북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재확인해 앞으로 한국과의 입장차이가 불거질 전망이다.
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17개월 만에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으로 석방된 것 때문에 미국의 여론이 악화되는 것도 부담이다. 문 특보는 “분위기가 북한에 적대적인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웜비어 건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