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자는 이날 "오늘 이 시간부로 법무부장관 청문후보직을 사퇴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는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물러나지만 검찰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저를 밟고 검찰개혁의 길에 나아가달라.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저 또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과거 첫째 부인과의 결혼 과정에서 사문서를 위조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고, 아들이 다녔던 고등학교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저서에 여성 비하로 해석되는 표현이 수차례 나온 데에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자진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그동안 안 후보자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 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안 후보자는 거의 성 도착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상한 성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법학도 출신으로 상상할 수 없는 불법 혼인신고를 했다. 소위 '문빠'들도 반대할 만큼 최악의 후보"라고 혹평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런 사람을 검찰개혁 적임자라며 자랑스레 지명했고, 본인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끝까지 해보겠다고 한다"며 "인사원칙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도덕성도 없는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비판의 화살은 곧 인사를 담당하는 청와대 참모진들로 향했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이 십자포화를 맞았다.
정우택 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은 "도대체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며 "국회에 보내는 후보자에 최소한의 검증이라도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에 두 수석을 빨리 출석시켜 인사검증 시스템이 작동하는지 따져보겠다"며 "참사 수준의 대통령 인사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은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에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 시절부터 보수진영의 인사 등 국정운영에 끊임없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다가 청와대에 입성한 조 수석은 보수 진영에서 '눈엣가시'처럼 여겨져 왔다.
청와대는 일단 안 후보자의 사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밤 늦게 "안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안타깝게 생각하며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찰개혁은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입장만 전했다.
조 수석의 국회 출석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참모들이 인사 관련 문제로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인사의 책임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있는 것이다.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일단 침묵 속에서 현 상황을 수습하는 방안을 부심하고 있지만, 당장 문재인 정권 전체의 도덕성에 대한 타격과 인사 난맥은 불가피해지면서 개혁과제 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을 필두로 한 검찰개혁과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한층 힘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를 진두지휘할 장관이 없는 데다,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개혁의 명분도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 남은 인사청문회와 일자리 추경안 등 국정운영과 직결되는 사안도 기세가 오른 야권의 저항으로 난항이 불가피하다.
결국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 수석이 총대를 메고 국회와 국민 앞에서 직접 경위를 설명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안 후보자 외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불과 10년 전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난 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부터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까지 모두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어서 조 수석의 사과와 해명이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달 26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인사 흠결에 대해 사과한 지 20여 일밖에 되지 않아, 청와대가 또다시 고개를 숙이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시사한 바 있어,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를 둘러싼 논란과 여야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